MC:
북-중 접경도시에서 북한과 무역거래에 종사하는 중국 상인들이 북한에 외상으로 보낸 물건 값을 당장 결제하라는 도매상들의 심한 외상값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어떤 사연인지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북-중 변경도시에서 북한을 상대로 장사하는 중국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외상으로 거래합니다. 이에 대한 담보나 보증인은 물론 변변한 계약서도 없이 북한 측 대방을 믿고 신용에 바탕을 둔 거래 방식입니다.
중국에서 보낸 물건을 북한의 대방이 다 판매한 후에 대금을 중국의 상인들에게 인편으로 보내주는 방식인데 물건 값을 받기까지는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같은 거래방식은 대부분의 북한 대방(거래상대)이 자본금이 없는 영세 사업자인데다가 북한의 대방을 서로 확보하려는 중국변경 상인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비롯된 것으로 이제는 외상거래를 하지 않고는 북한과의 무역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북한에 물건을 공급하는 변경무역 상인들은 주로 심양(선양)이나 광주(광조우), 이우 등지의 도매상인들로부터 외상으로 물건을 구입해서 북한에 보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랜 기간 이런 방식의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최근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자 이런 상거래 관행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변경무역상인 들에게 외상으로 물건을 공급한 중국 대도시 도매상인들이 한반도 정세불안을 이유로 외상값 독촉이 부쩍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단동에서 10년 넘게 북한과의 변경무역을 하고 있는 장 모 씨는 “북한에 보낸 물건 값은 아직 받지 못했는데 거래처 도매상인들의 외상값 독촉이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장씨는 “앞으로는 현재와 같은 외상거래를 지속하기는 곤란해졌고 외상거래를 하려면 담보라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조선반도의 정세가 긴장해지자 물건 값을 떼일까봐 도매상들도 상당히 조바심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무역업자 왕 모씨의 얘기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북한과 무역거래를 계속해온 심양의 도매상으로부터 “앞으로는 물건 값의 절반 이상 선금을 주지 않으면 계속 거래하기 곤란하고 나머지 잔금도 10일 이내에 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왕 씨는 “북한대방의 물건 값 결제는 점점 더 늦어지는데 중국도매상들의 요구는 점점 까다로워져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진퇴양난”이라고 하소연 했습니다.
변경무역 상인들이 북한의 대방으로부터 물건 값을 떼이게 되면 그 피해가 물건을 외상으로 공급한 도매상인들에게까지 파급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도매상인들의 이 같은 행보는 변경무역 상인들 사이에서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실정입니다. 변경 무역 상인들은 자신들의 생업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한반도 정세가 안정되기를 바라고 있는 분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