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한국에서 대학의 겨울방학은 12월 말부터 2월말까지 두 달간 계속됩니다. 꽤 긴 방학기간을 이용해 ‘직장 인턴십’이라고 불리는 직장 체험 활동이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라고 하는데요. 직장근무를 방학동안 미리 경험해봄으로써 자신의 적성도 찾고, 취업을 위한 경력도 쌓는 겁니다. 한국 대학에 다니고 있는 탈북 대학생들도 이런 직장체험에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정태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두원공대 자동차과에 재학중인 김은철 군은 한 달 전부터 방사선 진단 설비 회사인 세영엔디씨에서 직장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김 군은 서류 작업과 설계도를 그리는 일 뿐만 아니라, 직접 기구를 조립하는 일 등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김은철 군이 일하고 있는 세영엔디씨 사무실에 가보았습니다.
기자: 지금 무슨 일 하고 계신 거예요?
김은철: (웃음) 납땜하고 있어요. 램프랑 스위치를 선 연결하고 있거든요.
기자: 뭐 하는데 쓰이는 램프예요?
김은철: (웃음)
김은철 군은 조금 쑥스러운지 웃음으로 답을 대신합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과장이 김 군을 칭찬합니다.
기자: 은철 씨의 납땜 실력이 어떤가요?
과장: 많이 늘었어요.
기자: 빨리빨리 잘 배우나요?
과장: 예 손재주가 좋은 것 같아요.
김은철 군은 생산팀과 영업팀을 오가며 기술자의 소양을 기르고 있습니다. 김 군에게는 서류 작성이나 자료를 찾는 영업팀의 업무 보다는 직접 손으로 작업하는 생산팀의 일이 더 재밌습니다. 취직 걱정도 되고,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하고 싶어 김 군은 이번 직장체험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김은철:
사회생활이라는 걸 못해봤어요. 이제 취직도 해야 되고, 아무래도 올해는 2학년이니까. 2년제거든요. 하기에 앞서서 경험삼아, 사회도 경험하고, 또 회사 안에서 체험하기 위해서 참가하게 됐습니다.
회사생활을 미리 경험해 보면서, 자신의 소심한 성격도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김은철:
회사생활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생각한 거는 있는데, 제가 좀 소심하고 그렇거든요. 회사생활 하다보니까, 이제 한 3주 되었거든요. 그런데 아직 크게 친한 사람이 없어요. 회사생활 하면 조금 친해질 수 있는 그런 유머감각이라든가 그런 걸 좀 키워야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김은철 군은 이 직장에서 성실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김 군을 지도하고 있는 구자남 이사입니다.
구자남:
오히려 더 생활력이 강하잖아요. 보통, 정신력도 강하고. 그게 이제 성실하고, 근면함으로 나타나니까. 저희 회사 출근이 9시예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8시 반 정도 되면 와서, 일찍 와서 ‘뭐 도와줄 것 없나’ 이렇게 시작을 하니까. 그 정도로 근면하고 성실하니까.
학생들에게 미리 경험하는 직장생활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 법무정책실에서 두 달째 직장체험을 하고 있는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유은희 양에게도 여전히 사회생활은 어렵기만 합니다.
유은희:
쉬운 건 없어요. 어려운 거는 문서 작성하는 거, 저희는 회사에서 메일을 많이 쓰는데, 회사에는 모든 문서가 다 격식을 갖춰서 써야 되는데 익숙지 않아서 힘든 거 같아요.
하지만, 유은희 양은 직장체험을 통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요령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유은희: 일을 하다보니까, 회사에서 어떤 사람을 뽑는구나, 이런 감이 생겼고. 상사랑 일을 할 때, 어떤 면을 주의해야겠다. 그런 게 많이 는 것 같아요.
직장체험을 통해 유은희 양처럼 사회생활 하는 법을 터득하는가 하면, 자신의 미래를 미리 탐색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서강대 경영학과에 다니는 허성철군은 지난 1일부터 통일 정책에 관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견습생으로 직장체험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장차 남북교류사업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키우고 있는 허 군은 직장체험에 대한 의욕에 차있습니다.
허성철:
앞으로 일 많이 시켜줬으면 좋겠고, 선입견 같은 거 없이 다 똑같게 일 배분해주고. 왜냐면요 북쪽에서 왔다고 하면 ‘좀 못하지 않을까’ 그런 우려 때문에 일감을 안주실까봐 걱정했거든요. 그런 것만 해소되면 앞으로 재밌게 일할 거 같아요.
이들 탈북 대학생들의 직장체험은 탈북 청년들의 경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의 주도로 이루어 졌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이번 직장체험 활동은 지난해에는 9명, 올해는 2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습니다. 20명의 학생들은 지난 11월부터 두 달 동안 컴퓨터 활용 교육과 이력서 작성부터 모의 면접에 이르는 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교육을 성실하게 통과한 학생만이 회사에 견습생으로 파견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파견 되는 회사는 총 12개사로 컴퓨터관련회사, 복지관, 병원, 언론사 등 다양합니다.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은 탈북 대학생들이 일반 한국 대학생들과도 경쟁하면서 취업할 수 있도록 돕고자 직장체험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재단법인 한국청년정책연구원 라일엽 부장입니다.
라일엽:
친구들이 막상 취직을 하려고 준비하기에는, 기존에는 남한 대학생들하고 경쟁하기에는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너무 없어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졸업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준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연결하게 됐어요.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은 이번 여름에는 보다 다양한 회사에 학생들을 견습생으로 파견하고, 탈북 대학생 창업교육과 진로교육과정도 개설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