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 순안공항 도착 소식을 북한 관영매체들이 신속하게 보도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미국의 전직 대통령으로는 지난 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에 방북할 예정이었으나, 그로부터 9년 뒤에야 이루어졌습니다.
클린턴이 비록 대통령직을 떠난 사람이지만 현재 민주당 정권에서 비중 있는 인사이고, 또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남편'이라는 점에서 북한도 그의 방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과 양자 대화를 원하는 북한이 이번 클린턴 방북 때 두 미국 여기자들을 풀어주고, 북미 당국 간 대화통로를 열려고 기대하고 있다고 탈북인 출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1994년 1차 핵 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해 고 김일성 주석을 만나고 북핵 위기를 해결하는 데 큰 효과를 본 것처럼 북한도 이번 클린턴 방문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미 간 신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탈북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입니다.
“미국 공화당 정권이든, 민주당 정권이든, 정부 관계자든, 시민이든 북한에 대한 신뢰는 최악입니다. 서로 대화를 하고 만나지만, 근본적인 인식에 있어서 신뢰가 전혀 없는 두 당사자의 만남입니다. 그런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는 일정한 기여를 할 거다, 클린턴이 그런 정도지요.”
조 박사는 북한이 먼저 두 미국 여기자 석방을 전제로 클린턴의 방북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북한의 아주 급박한 상황에서 이뤄진만큼 북한도 자신들의 목적을 분명히 달성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고 김흥광 ‘NK지식인 연대’ 대표는 말합니다.
“북한으로서는 현재 김정일의 건강이상이라든가, 아주 긴박한 상황이 미국 전직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 주요한 동기가 아니겠는가고 생각하고 있지요. 다만 민주당의 전직 대통령이고, 현재 민주당 정권이기 때문에 북한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있기 때문에 지도자간 솔직한 대화, 통이 큰 대화를 하지 않겠는가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클린턴 방북에 대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한 것도 어려운 삶에 지친 내부 주민들을 달랠 수 있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필요했을 거라고 현인애 김일성 종합대학 출신 탈북자는 말합니다.
“북한으로서는 조그마한 성과라도 만들어 내야 할 상황이니까, 옛날 카터 때처럼 받아내면 우리당의 대외정책의 승리, 미국의 항복, 김정일 영도의 현명성이랄가, 김정운 영도의 현명성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1차 핵 위기 때 카터 전 대통령에게 핵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뒤에서 계속 만들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오바마 대통령은 그때처럼 속지 않기를 바란다고 탈북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