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추석 명절만 되면 가족이 더 그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탈북자들인데요.
추석 날 합동 차례와 단합대회를 하며 북녘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 탈북자들을 황은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우리 북녘땅에 있는 형제들, 그리고 탈출해 오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 제사를 지내는데 마음과 마음을 같이 합시다.”
지난 12일, 추석 날 오후 경기도 시흥시 한국농촌문화연구원. NK지식인연대 소속 탈북자 70여 명이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차례 상에는 정성껏 마련한 햇과일과 음식들이 가득합니다. 저마다 조상께 한 잔의 술을 올리며 예를 갖춰 절을 합니다.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입니다.
김흥광: 2011 추석맞이 단합대회는 NK지식연대가 설립해서 3년 동안 연례적으로 해오는 행사입니다. 이런 기회에 모두 모여서 북한 음식을 나눠 먹고 춤과 노래도 하면서 단합의 마음도 있고 제일 중요한건 남한에 오다가 중국 땅이나 북한의 감옥에서 무참하게 죽어간 탈북자들의 영혼을 기리는 합동차례를 지내는 것이 이번행사의 중요한 내용입니다.
북한에 남은 가족과 친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요. 제를 올리는 동안 일부 탈북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평북 신의주 출신의 탈북자 장명숙(가명) 씨입니다.
장명숙: 보름이라 북한과 남한은 우리 민족명절인 추석을 맞는데 북한에 있는 부모님과 남편, 형제생각이 더 간절합니다. 분단이 가로막혀 가지도 못하고 부모님과 형제들한테 말로만 사죄를 드리니까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해와 달도 하나인데 우리나라는 왜 둘로 갈라져있습니까? 해와 달처럼 하나밖에 없는 조국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 정착한 탈북 작가 림일 씨도 명절 때만 되면 고향에 두고 온 아버지와 형제가 더 생각이 난다고 말합니다.
림일: 남한에 정착한지 15년이 되는데 북한에 두 분 형님 계신다면 같은 마음으로 고백을 하는데 미안한 마음을 방송에 담아서 보냅니다. 형님이 정말 계신다면 어렵고 힘든 세상에서 견디신 것만 해도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꼭 만날 그날이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행사를 후원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김일주 이사장은 탈북자들이 함께 차례를 지내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며 이들을 격려했습니다.
김일주: 고향 사람들끼리 모여서 함께 한다는 게 얼마나 뜻이 좋습니까.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허가의 뜻을 모았고 뿐만 아니라 오늘 회의진행을 하는 거 보니까 민주적 절차를 따라서 하더라고요.
[현장음: 아코디언 연주]
고향 얘기가 깊어갈수록 그리움은 더 해집니다. 차례가 끝난 뒤에도 탈북자들은 사연 깊은 얘기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달래고 위로했습니다. 북한에 남겨둔 가족들에게 손풍금 연주로 인사를 대신하던 전소영 씨(가명)는 통일을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전소영: 다른 날에는 일상이 바쁘니까 잊을수도 있는데 추석이나 설날에는 마음이 더 괴롭습니다. 우리들은 직접적으로 고통을 당한 수난자들이니까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음: 아코디언 ‘우리의 소원은 통일’]
온 가족이 모여 즐거워해야 할 추석 명절. 탈북자들은 북녘 땅 어딘가에 있을 가족을 생각하며 추석 연휴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