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40% “통일 후 북한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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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10명 중 9명은 ‘남한에서 사는 게 만족스럽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탈북자 10명 중 4명은 ‘통일되면 북한으로 돌아가서 살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탈북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89%가 남한 생활에 만족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37%였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어려움 등이 있지만, 탈북자 10명 중 9명은 남한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통일이 된다면 어디서 살 거냐’는 질문에는 북한을 선택한 응답자가 더 많았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 살겠다’는 응답자가 40%였고, ‘계속 남한에 살겠다’는 응답자는 32%, 그리고 ‘통일이 되면,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는 응답자가 26%였습니다.

“북한을 거주지역으로 선택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교수는 설명합니다.

전진용

: 아무래도 남한 생활에 만족하기는 하지만, 이분들이 남한에서 살면서 (북에 남은) 가족에 대해 걱정하는 게 많거든요. 그래서 자신들이 살았던 고향으로 돌아가 사는 것에 대해 희망하는 건 어찌보면 좀 당연한 거라고 말할 수 있지요.

2008년부터 3년간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맡았던 전진용 교수는 “탈북자들이 남한에 정착한 다음 북에 남은 가족에게 돈을 보내거나, 아예 남한으로 데려오는 걸 보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하지만 ‘그리움’ 보다는 경제적 목적 때문에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탈북자가 많은 것 같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탈북자 관련 단체 연구원은 “통일이 될 경우 고향으로 돌아가 남한에서 번 돈으로 투자를 하려는 탈북자들이 내 주변에 많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통일 이후 거주지역을 선택하는 데에는 남녀 성별에 따른 차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 탈북자의 경우 29%가 ‘통일 이후에도 남한에 살겠다’고 응답했지만, 여성 탈북자는 32%가 남한을 선택한 겁니다.

전진용 교수는 “여성 탈북자들은 이미 가족을 남한으로 데려 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탈북 여성들은 이미 남한 남성과 결혼해 살고 있거나, 또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일 이후에도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조사는 선진통일연합과 북한민주화위원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GH코리아에 의뢰해 탈북자 524명을 상대로 지난 9월 실시했고, 14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