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작년 11월부터 탈북자를 압박하는 작전에 돌입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벌이는 '반 김정일' 활동이 이젠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황장엽 씨를 살해하려는 암살조의 파견도 이런 활동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조선 당국이 작년 11월경부터 대규모로 탈북자에 대한 압박 작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것이 무슨 내용인지부터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북한 당국은 작년 11월쯤부터 반 김정일 체제의 성향을 보이거나 이런 목적으로 활동을 하는 탈북자에 대한 작전을 개시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작년 11-12월 양대 공안기관 책임자인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 부부장과 주상성 인민보안부장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한 배경에는 중국에 있는 탈북자 문제가 있다고 보입니다. 내부적으론 탈북자와 연계한 주민을 대대적으로 색출하는 작업을 하는 한편 외부적으론 한국에 있는 탈북자를 겨냥해 협박을 계속하며 이들의 반북 활동을 위축시켜려 합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계기로 하여 탈북자에 대한 압박 작전에 돌입했다고 봅니다.
앵커: 이와 관련해 북조선 내부에서 실제적으로 일어나는 사례를 들어줄 수 있습니까?
기자: 북한 당국은 3월 초 탈북자를 비롯해서 민족반역 세력을 철저히 응징하라는 지시문을 각 지역의 공안기관에 하달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탈북자를 위시한 외부와 연계한 주민들을 색출하는 작업이 벌어졌습니다. 북한과 중국 국경의 탈북자 가족은 내륙으로 추방됐고 외부와 통화하다가 적발된 주민에 대한 재조사도 이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3월 23일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국의 탈북자 단체를 일일이 호명하면서 첫째 가는 처단 대상이라고 협박했습니다. 온라인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4월 5일 황장엽 씨에게 "무사하지 못하다"고 한 협박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보입니다.
앵커: 탈북자에 대한 압박 작전을 뒷받침하는 북조선 당국의 조치로는 어떤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북한이 신의주를 비롯한 국경 지대에 국가안전보위부원으로 구성된 중앙당의 검열반을 파견해 손전화 사용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 은 4월 6일 "올해는 특히 중앙당 검열반이 나와 신의주에서 초강도의 검열을 한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앞서 이 단체는 3월 2일에도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성이 함경북도, 평안북도, 량강도 등지의 접경 지역에서 탈북자 가족과 화교에 대한 감시를 한층 강화했다고 알렸습니다. 북조선 당국은 탈북자나 탈북자 가족의 휴대전화/손전화가 외부 정보의 유입 또는 내부 정보의 유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고 손전화 사용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탈북자에 대해 대대적인 압박 작전을 펼치고 이 작전의 일환으로 손전화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입니까?
기자: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의 반북 활동이 위험 수위에 이르러서 체제를 위협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남조선의 탈북자 단체가 주로 날려 보내는 삐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복잡한 여자 관계, 후계 세습의 문제점, 남조선의 경제 발전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 인민이 이를 알게된다면 이는 체제를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세째 아들로 이어지는 권력 세습에도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손전화는 북한 내부의 소식을 남조선으로 바로 전하는 좋은 수단입니다. 화폐 개혁을 비롯해서 여러 사항이 남조선에 바로 알려졌습니다. 또 남조선에서 하는 대북 방송은 북한 주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방송해서 청취자를 끕니다. 북한 당국은 이 모든 활동의 배후에는 탈북자가 있다고 보고 이제는 탈북자의 여러 활동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주민 단속과 탈북자 압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북조선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 정보의 유입과 내부 정보의 유출을 금지하는 이른바 '현대판 쇄국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보의 유출입이 그렇게 체제에 위협이 되나요?
기자: 북한은 인민이 외부 사정과 비교해 북조선의 사정을 파악하는 사태를 가장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시종일관 인민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야만 합니다. 인민이 외부 세상과 비교해서 북조선의 열악한 사정을 알게 되면 반드시 봉기가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인민은 외부 사정을 모른 채 북조선만을 지상의 낙원으로 알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도 인민을 속여 오고 있어 외부 정보의 유입을 결사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과 체제를 유지하는 데 쇄국정책만큼 좋은 정책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김정일 정권은 북한 인민이 남조선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생활 수준이나 여러 사항을 잘 몰라야 정권을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외부 정보의 유출입은 정권과 체제의 유지에 가장 해악적인 요소입니다.
앵커: 남조선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성의 명칭이 '인민보안부'로 바뀌었습니다. 이것도 탈북자나 북조선 주민에 대한 통제 강화의 신호로 볼 수 있습니까?
기자: 그러한 맥락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유엔의 제재, 화폐 개혁의 실패, 극심한 식량난을 맞아 주민의 동요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주민 통제를 한층 강화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국방위원회에 소속한 다른 권력 기관인 인민무력부, 국가안전보위부처럼 인민보안성의 명칭에다 '부(部)'를 달았습니다. 이 조치는 주민 통제의 강화와 후계 구도의 조기 안정화를 노렸다고 풀이됩니다. 탈북자 압박도 넓은 의미에서는 주민 통제의 일환입니다.
앵커: 북조선은 남한과 외국에서 반북조선 활동을 하는, 전 노동당 비서 황장엽 씨를 죽이려고 암살조를 남조선으로 보냈습니다. 이것은 탈북자에 대한 압박인가요?
기자: 이는 탈북자를 압박하는 작전의 좋은 사례입니다. 황 씨는 남한에 정착한 일부 탈북자의 구심점입니다. 더구나 황 씨는 노동당 비서를 지내 북한 내부와 김 위원장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 북조선이 아픈 곳을 잘 비판하고 지적합니다. 황 씨는 김 위원장에게는 눈엣가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탈북자의 구심점인 황 씨에게 테러를 가함으로써 황 씨와 이들의 반북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암살조를 보냈다고 분석됩니다. 북한은 남한에 와 있는 탈북자의 반북 활동이 체제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북한은 체제에 대한 위협을 민감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어 앞으로도 여러 형태로 탈북자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북조선 당국이 탈북자와 연계한 주민을 수색하는 한편 체제에 위협이 되는 탈북자를 압박하는 작전을 벌이는 데 대해서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