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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법에 따라 난민 자격을 인정받고 미국에 정착한 탈북 남성이 재혼하기 위해 북한에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미국 재판부는 이혼을 허락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올해 40살의 김씨는 2005년 정치적인 박해를 이유로 북한에 가족을 두고 혼자 국경을 넘었습니다. 김씨는 탈북 후 중국에서 숨어살다가 2008년 6월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난민의 자격을 인정받고 미국행에 성공했습니다.
미국에서 외롭게 혼자 생활했던 김씨는 탈북 과정에서 알게된 탈북 여성 정씨를 미국에서 다시 만났고 정씨와 재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미국 입국 과정에서 작성한 신원 기록부에 기혼 사실을 기재했고 미국 법상 중혼이 금지돼 있어 정씨와 정식 부부로 살기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김씨는 결국 정씨와의 재혼을 위해 북에 있는 부인과 이혼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판단하고 수소문 끝에 난민의 정착을 지원해 주는 민간단체의 도움으로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그리고 김씨는 2009년 5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버지니아 주 법원에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김씨: 영원히 혼자 살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미국까지 와서 여자를 데리고 동거녀처럼 평생을 살 수도 없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법 소송을 했습니다.
버지니아 주 재판부는 피고인 부인이 북한에 있는 만큼 이혼 소송서류를 전달하기 불가능하다는 판단아래 재량권을 발휘해 소송서류의 송달 과정 없이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지난 3월, 소송이 제기된 지 10개월 만에 원고인 김씨의 이혼을 허락한다는 최종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선고와 함께 김씨에게 북한에 살고 있는 이혼한 부인과 앞으로 다시 만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탈북난민 김씨의 이혼청구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 리차드 암스트롱 씨는 김씨의 경우, 배우자가 북한에 거주하고 있어 혼인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재판부가 이혼을 허가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설명했습니다.
리차드 암스트롱: 버지니아 주 법에는 피고인 배우자가 북한과 같은 나라에 살고 있어 소송 서류의 송달이 불가능하거나 서류를 송달할 경우 피고인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피고인에게 알리지 않고 이혼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규가 마련돼 있습니다. 특히 원고 김씨는 북한에 살고 있는 전 부인에게 이혼소송 사실을 알리게 되면 부인이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갈 수 있는 등 탄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고 이같은 점을 재판부에 호소했습니다.
암스트롱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버지니아 주 법원이 탈북난민의 이혼을 허락한 첫 판결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경우 영향력 있는 판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암스트롱 변호사는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르기 때문에 타주에 거주하는 탈북난민들이 비슷한 소송을 원한다면 우선 소송이 가능한 지 여부를 해당 주 법원에 문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타주에 거주하는 탈북난민이라도 버지니아 주로 거주지를 옮긴 후 6개월 이상 거주하면 버지니아 주 법원에 비슷한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탈북난민 김씨와 정씨는 판결이 나온 직후 지난 3월 13일 100여 명의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도 마쳤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절 굶주림으로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고 혼자 탈북해 살아왔다는 부인 정씨는 김씨와의 결혼으로 다시 가족을 이루고 인생의 희망을 찾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