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지방선거서 한층 성숙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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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진행된 6.2지방선거에서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이 진보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낸 민주당에 패하고 말았는데요. 지금까지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으로 분류되어왔던 탈북자 사회도 이번 선거를 통해 다변화되고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성휘 : ‘천안함 사건’으로 거센 북풍이 몰아치면서 6.2지방선거가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여론의 조사결과를 뒤집고 야당인 민주당이 크게 승리했습니다. 기존의 보수 지지층으로 분류돼 왔던 탈북자 사회도 이번 선거에서 적지않은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6.2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탈북자 사회의 변화된 의식을 ‘NK 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와 이야기 해봅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났음에도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크게 패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탈북자들도 기존 보수층에 몰표를 던져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익과 이념에 따라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대표님은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흥광 :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서 한나라당이 ‘상당히 참패를 했다’ 그런 결과가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저희 탈북자들은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우리 탈북자 사회의 민주주의 의식의 발현이라고 높이 평가할 수 있죠. 지난시기에는 후보자들이 하는 여러 가지 선거공약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져볼 수 있는 그런 능력도 많이 결여돼 있었고 자기 정치적 소신이나 자기가 하고자 하는 욕구들에 대해서 분명하게 감을 잡지 못했지만 이번선거에서만큼은 무엇이 우리 자신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이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에 어떤 정치인이 적중하겠는가 하는 걸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탈북자사회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이익을 대표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도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탈북자들의 높은 선거열기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탈북자 정명화씨의 녹음입니다.

정명화 : 저도 이번 선거에 참가했는데요. 대통령선거도 참가해보고… 저도 그렇고 주변에 살고있는 탈북자들도 그렇고 투표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저는 알고 있어요. 북한에서는 지방주권 대의원선거도 그렇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도 그렇고 저희들은 그저 일방적으로 찍어주는데만 그치지 않아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우리가 알아서 필요도 없고… 한국에 와서 보니깐 선거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더라고요. 반면에 저도 그렇고 우리 탈북자들도 그렇고 이런 선거에는 누가 참가하래서가 아니고 자발적으로 많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저는 거의 의무적으로 참가하고 있어요. 저의 한표 한표가 중요하지않아요.

북한에서 강제적인 선거에 참가해야만 했던 아픈 추억이 민주사회의 선거열기로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탈북자 사회가 보여준 성숙된 모습은 기존의 특정 정당에 몰표를 던져주던 행태에서 벗어나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이 따지며 자유롭게 한표를 행사한 것입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한명숙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는 탈북자 이미연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이미연 : 그(한명숙의)게 공약이 좋으니깐.

문성휘 : 어떤공약이요?

이미연 : 아동복지나, 초등학교 무료급식하고, 그런게 괜찮은 것 같아서. 애들 키우니깐 공약이 애들 키우기에 유리한 쪽으로 많이 짚었는데 불행하게도 내가 짚은 사람들이 다 떨어졌지요 뭐.

문성휘 : 아, 괜찮아요.

둘째 아이를 임신중인 이미연씨는 어린이 복지에 유리한 한명숙 후보의 선거공약을 보고 민주당을 짚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2만명 탈북자 사회의 모습은 민주사회의 성숙한 시민으로 도약하는 힘찬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넘쳐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