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한국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비난과 적개심이 확산하면서 탈북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연평도 주민을 돕기 위한 탈북자들의 작은 정성이 모아지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한국의 연평도를 향해 무차별적인 해안포를 발사한 이후 한국 내 탈북자 단체의 홈페이지에는 북한과 탈북자를 함께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너희는 변하지 않는다.', '빨갱이의 피' 등 적개심과 비아냥거림이 그대로 담긴 제목과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탈북자 동지회'의 이해영 사무국장입니다.
이해영:
연평도 도발 이후에 홈페이지를 통해 그런 글이 올라오고요, 비아냥거리는 소리와 함께 북한에 대한 굉장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고, '그렇지만 탈북자들까지 한꺼번에 그렇게 바라보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죠.
지난 3월 북한이 한국의 천안함을 폭격한 이후 8개월 만인 지난 23일 연평도에 대한 도발을 이어가자 한국에 정착한 일부 탈북자들도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탈북 학생 최은주 씨는 연평도 도발이 일어난 날 함께 공부하는 동생들로부터 "누나네 나라(북한)에서 도발했는데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사과를 참 많이 했다고 지난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서울시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탈북 학생도 거듭되는 북한의 도발 때문에 같은 반 친구로부터 '북한사람은 다 간첩이냐?'는 말을 듣기도 했으며 미국 버지니아 주에 거주하는 탈북자 박진미(가명) 씨도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 내 탈북자만큼은 아니겠지만 같은 북한 사람으로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23일에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국의 부산에서 40대 탈북자가 길거리에서 연평도 포격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자신을 간첩으로 몰아세운 70대 노인을 폭행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하는 등 탈북자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 단체는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탈북자들에 대한 선입견과 부정적인 인식도 커져간다며 이같은 흐름은 탈북자에게 한국에 대한 서운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는 북한 정권이 의도하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숭의 동지회'의 최청하 사무국장입니다.
최청하 사무국장:
그런 흐름이 있죠. 탈북자가 '통일 역군이다' 이런 말도 있지만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흐름도 있거든요. 주변에서 많이 느껴지죠. 탈북자들의 정착에 결정적인 저해가 되겠죠. 북한의 도발이 결코 탈북자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사실이고요.
한국과 미국 등 전 세계 탈북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동호회에는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거나 한국 사회의 오해를 걱정하는 글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또 연평도 도발의 희생자에 대한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 음악 감상을 자제하며 애도의 마음을 갖자는 데도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동참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지성호(탈북 대학생):
저도 첫 날에 참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저희는 북한의 상황이 싫어서 나온 사람들이고 이번 도발은 탈북자들의, 북한 주민의 문제도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남한 주민들도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보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의 한 전문가도 실제로 북한이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도 북한에 대한 오해나 선입견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탈북자가 본격적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한 지 15년이 흐른 가운데 대다수 탈북자들이 북한 사회를 경계하고 안보의식을 강조해 왔다며 북한 당국과 주민, 특히 탈북자에 대해 같은 선입견을 품기보다 이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지적했습니다.
한편, 탈북자 사이에서 북한의 도발로 피해를 입은 연평도 주민을 돕기 위한 성금이 모이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모임인 '새터민들의 쉼터'는 찜질방에 머물며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부족한 연평도 주민을 위해 이틀간 모금활동을 벌이기로 했으며 많은 탈북자가 '작은 정성을 보탭니다.', '연평도 주민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란 글과 함께 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