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입국 탈북자 수 올들어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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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인정을 받고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최근 몇 개월째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의 '국가별 난민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 10월 난민 인정을 받고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한 명도 없습니다. 지난 6월 서 씨 일가족을 포함해 9명이 한꺼번에 미국에 입국한 이후 10월 말까지 넉 달 동안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단 2명에 그쳤습니다.

그나마 매달 1명의 탈북자라도 꾸준히 미국에 입국했지만 지난 7월과 10월에는 한 명도 없습니다. (2월-1명, 3월-1명, 4월-4명, 5월-1명, 6월-9명, 8월-1명, 9월-1명) 같은 달인 지난 10월 난민 인정을 받고 미국에 입국한 버마 1천 421명, 베트남 97명, 중국 14명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된 수치입니다.

최근 난민 자격을 얻고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점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2009 회계연도에 입국한 탈북자의 수는 25명으로 지난 회계연도의 37명에 비해 적습니다. 이처럼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의 수가 감소한 이유는 미국행을 기다리는 대기기간이 길어 한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북한의 경비 강화로 탈북자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지적했습니다.

탈북자의 미국행을 돕는 미국의 인권단체 '318 파트너스'의 스티브 김 대표는 미국행이 가장 많은 태국 수용소 내 탈북자들 사이에서 대기기간이 짧고 각종 지원이 더 많은 한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3일 전했습니다.

Steve Kim: 첫째는 미국에 제일 많이 들어오던 태국에서 2~3년씩 기다리다 보니까 방향을 한국으로 돌렸고, 미국의 자원이 한국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굳이 미국으로 올 필요가 없는 거죠. 이명박 정부 이후 탈북자들에 더 호의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국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또 북한에서 '150일 전투'에 이은 '100일 전투'로 북한과 중국 간 국경의 경비가 더 강화돼 북한을 탈출하는 탈북자의 수가 크게 줄었고, 위험 부담이 큰 만큼 탈북 경비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에 입국하는 탈북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김 대표는 내다봤습니다.

Steve Kim: 북한이 경비를 강화해서 새롭게 탈북자들이 국경을 넘기도 어렵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는 비용도 많이 올랐어요. 안내하는 사람이 액수를 많이 올려서 이전처럼 쉽지 않고... 탈북자의 수나 접촉 횟수도 줄어드니까 앞으로도 당분간 주춤할 것 같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난민.이민위원회(USCRI)의 벤 샌더스 정책조사 연구원도 태국과 베트남 등 제 3국에서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들이 난민 지위를 받고 입국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언제 개선될지 알 수 없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상원 외교위원회는 오는 5일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미국 국무부가 집계한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의 수는 2006년 5월 최초로 입국한 이후 현재까지 총 93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