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탈북자 돕고 싶어도 중국 때문에…

미국 국무부는 9일 전 세계의 난민 실태와 함께 중국 내 탈북자의 실상을 경청했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의 정착을 위한 미국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입니다.

0:00 / 0:00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의 새무얼 위튼(Samuel M. Witten) 인구난민이주 차관은 9일 '2010 회계연도의 난민 정책'에 관한 회의에 참석해 전 세계에서 고통받는 난민의 실태를 경청했습니다.

회의의 발표자로 나선 미국 내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1,400만 명에 육박하는 전 세계 난민의 실상을 전하고 미국 정부가 이들의 새로운 정착을 돕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힘써주기를 당부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탈북자에 관한 내용도 비중 있게 소개됐습니다. 난민 보호를 위한 미국 내 비영리단체들의 모임인 미국난민위원회(RCUSA)는 중국 내에 적게는 5만 명에서 많게는 40만 명의 탈북자가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 중 60%를 차지하는 여성 탈북자가 인신매매에 의한 성적 착취와 강제 노동, 그리고 강제 북송과 고문, 낙태 등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무부의 공식 집계로 현재까지 난민 인정을 받고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81명. 미국 정부가 2004년 '북한인권법'을 통과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가 미국의 주요 정책이 됐지만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고작 81명에 그쳤다고 난민위원회는 지적했습니다. 1만 5,000 명에 달하는 한국 내 탈북자, 또 유럽에 정착한 약 1,400여 명의 탈북자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숫자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위튼 인구난민이주 차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은 이에 관한 내용을 경청하면서도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에 분포해 있는 1,400만 명의 다양한 난민의 실태와 인권 상황에 관한 보고 가운데 탈북자 문제는 작은 부분에 불과한 듯 이에 관한 미국 정부의 대책이나 정책 방향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난민 보고서를 발간한 미국의 비영리단체 '난민, 이민위원회(USCRI)의 벤 샌더스 정책 조사 연구원은 탈북자를 돕기 위한 미국 정부의 정책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자는 국무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수많은 난민 중 일부에 불과하고, 탈북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중국 정부에 압력을 가해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미국의 외교 정책상 이는 큰 걸림돌이라고 샌더스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Ben Sanders: 미국 정부의 난민 정책에서 탈북자 문제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물론 탈북자들을 돕는 민간단체도 마찬가진데요, 바로 중국 때문이죠. 탈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산이 있어도 중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와 규정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탈북자들을 돕기가 어렵습니다.

샌더스 연구원은 태국과 베트남 등 제 3국에서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받고 입국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언제 개선될지 알 수 없어 보다 많은 탈북자의 미국 입국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임명될 미국의 북한인권특사가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이 빨라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당장 혜택을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위튼 차관을 비롯한 국무부 관계자도 회의 직후 제 3국 내 탈북자의 빠른 미국 입국을 위한 정책을 묻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 탈북자의 미국 내 정착을 위한 미국 정부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난민, 이민위원회의 샌더스 연구원은 탈북자들이 미국에 많이 들어온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고, 미국의 정책도 크게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며 탈북자들의 미국 정착에 관한 어려움을 나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