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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에 거주하는 탈북자 수가 1990년대에 비해 약 90% 가량 줄어들었다고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가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워싱턴의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대학 소속 ‘난민 및 재난 대응 공중 보건 연구소’의 코틀랜드 로빈슨(Courtland Robinson) 박사는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지린성 등 중국 동북지역 주민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렇게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말 북•중 국경지대에서 직업, 인종, 연령이 다양한 주민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1998년 이 지역에 거주하던 북한출신 주민이 평균 7만 5천여 명 정도였을 것으로 파악된 데 비해 지난해에는 7천5백명 정도로 약 90% 가량 감소했습니다.
로빈슨 박사: 예전에는 3년에서 5년 정도를 중국에 머무르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었습니다. 탈북해서 제3국으로 가는 경우 말이죠. 중국에 더 오래 거주하는 예도 있었고요. 최근에는 탈북자 강제 북송이나 다른 이유로 중국에는 잠시 머무르기만 합니다.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나아져 탈출을 적게하는 것은 아닙니다.
로빈슨 박사는 중국 동북부 108개 농촌, 도시지역의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 결과 대기근으로 탈북자 수가 최고조에 달했던 1998년에는 3만 5천 명에서 12만 5천 명 범위의 북한이탈 주민이 이 지역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돼 중간 수치인 7만 5천 명으로 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2002년에는 약 6만 5천명으로 감소했고, 2009년에는 더 두드러지게 줄어 약 1만 명 정도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로빈슨 박사는 2002년에 이 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의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이 시기에 탈북민이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외국공관 등에 잠입하고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탈북자 강제북송과 같은 단속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남녀 성비 면에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 여성의 비율이 최근 90% 이상으로 현격하게 많아졌습니다. 1998년경 거의 반반이던 남녀 성비가 2000년대 들어 달라진 이유는 중국내 탈북여성이 남성보다 거주하기 쉬운 환경 때문이라고 로빈슨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여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신체장애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결혼을 못한 중국 남성이 많아 탈북 여성은 남성에 비해 중국에서 살기가 쉽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결혼중개인을 통하거나 인신매매로 중국남성과 사는 탈북 여성은 많지만, 중국 여성과 탈북 남성의 결혼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고 로빈슨 박사는 밝혔습니다.
로빈슨 박사는 이런 현상으로 인해 중국에서 적법한 신분을 얻지 못하는 ‘무국적 자녀’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1998년에 약 4천 명에서 1만 2천 명 범위, 즉 8천 명 수준으로 추정되는 중국인과 북한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어린이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해 1만 명을 웃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로빈슨 박사는 탈북 주민 대부분이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중국에서 숨어 살고 또 일부 주민들은 식량을 구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국경을 자주 넘나들기 때문에 이 표본조사는 추정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 조사가 중국에서 극도로 ‘취약한 계층’인 북한 주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로빈슨 박사는 말했습니다.
유엔을 비롯한 공식기관의 체계적인 조사가 허락되지 않아 중국 내의 탈북자 수는 중국 공식 추정치인 1만 명에서 많게는 30만 명으로 편차가 매우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