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으로 오는 탈북자의 수가 최근 현저히 줄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체제 유지의 필요에서 국경 경비를 대폭적으로 강화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 당국은 탈북자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일단 체제 유지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보고 이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적절한 시점에서 이를 차단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는 정권 붕괴를 맞을 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탈북자의 감소에 관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최근 들어 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자가 줄어든다는 현상을 보여주는 통계가 있습니까?
기자: 한국 통일부의 집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한국에 온 탈북자는 1237명으로 작년에 입국한 2927명의 42.3%에 불과합니다. 이 같은 추세라면 하반기 입국자는 상반기 입국자보다 훨씬 더 줄어든다고 예상이 됩니다. 이런 통계는 남한으로 오는 탈북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을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남조선으로 들어온 탈북자는 지난 10년 동안 매년 평균 280명 가량 증가했습니다. 2002년과 2006년에 각각 1000명과 2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이 같은 평균치를 감안한 올해의 입국자는 3200명으로 예상되지만 이에는 못 미칠 전망입니다.
앵커: 이렇게 남한으로 들어오던 탈북자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기자: 북한 당국이 국경 봉쇄를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시행한 화폐 개혁과 장마당 폐쇄가 역풍을 일으키고 여기에다가 경제난도 조만간 해결될 전망이 없자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올해 2월에 들어 양대 보안기관인 인민보안부와 국가안전보위부가 처음으로 연합 성명을 내고서 '불순 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한 보복 성전'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관의 요원들은 외지인의 국경 왕래를 엄격히 통제하고 휴대전화의 사용자 색출에 열을 올리는 한편 탈북 기도자와 방조자의 체포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탈북 후 중국에서 붙잡혀 송환된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해 예외 없이 3년 교화형에 처했습니다. 이전에는 몇 달 간의 노동단련형이 전부였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국경 봉쇄를 강화한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기자: 체제 유지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북한 당국은 외부 정보의 유입이나 내부 정보의 유출을 최대한으로 막아서 인민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듦으로써 정권을 유지해 갑니다. 그런데 작년 연말과 올해 초같은 어지러운 시기를 맞아 이런 체제에 구멍이 생기기 쉽다고 보고 국경 통제에 들어갔습니다. 우선 정보의 유출을 막고 더 나아가서 대규모의 탈북 사태를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엄격한 통제에 기반을 두고 정권을 유지하는 만큼 이것이 잘 되지 않는다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국경 통제를 평소보다도 더 강화한 이유는 바로 이런 불안감에서 찾을 수가 있습니다.
앵커: 북한의 탈북자 체포조가 중국에서 활동한다는 언론 보도까지도 나옵니다. 남한으로 오는 탈북자의 수가 감소한 이유는 국경 통제에만 있지 않고 이처럼 다른 데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탈북자 체포조의 활동도 부차적인 이유로 관측됩니다. 북한 당국은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포 요원을 중국으로 보내 탈북자를 잡아들입니다. 북한은 중국 정부의 비공식 협조를 얻어서 동남아 탈출로인 윈난/운남(雲南)성과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며 동남아 탈출로인 산둥/산동(山東)성에 체포조를 대거 파견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윈난성까지 활동 지역을 넓힘으로써 단순한 탈북자보다 한국행을 노리는 탈북자를 잡아들이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분석됩니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은 중국 동북 3성에서 활동하는 남한 출신의 탈북자들을 잡기 위해 체포조 20개조 60명을 투입했다고도 전해졌습니다. 1개조는 보위부/보안부/정찰국 요원 3명으로 짜여 있습니다. 이들은 남한으로 가려는 탈북자를 체포하기보다는 남한에서 살다 온 탈북자가 중국에서 벌이는 북한 민주화 운동을 저지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고 보입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탈북과 관련해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실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기자: 7월 16일자 동아일보를 보면 최근 북한 감옥은 수감자들이 넘친다고 합니다. 양대 보안 기관인 인민보안부와 국가안전보위부가 2월 8일 연합 성명을 내고 사람들을 마구 잡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기관의 검거 열풍은 특히 북한과 중국 국경 지역에서 두드러졌습니다. 두 기관은 내부적으로 '전투 기간'을 선포하고 탈북자, 탈북방조자, 중국 휴대전화를 소지한 사람 등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습니다. 국경 일대에는 살벌한 공포가 흐른다는 소식입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이처럼 국경 단속을 강화하면서 탈북을 하기 위한 도강료가 상당히 올랐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도강료는 얼마나 올랐습니까?
기자: 대북 단파 라디오 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이 전한 바를 보면 국경 지역의 단속이 강화되며 도강료도 올랐습니다. 최근 가격은 한국 돈 300만 원-400만 원/미화 2564달러-3418달러에 이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1000만 원/미화 8547 달러를 준다 해도 도강을 안내하는 중개인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1990년대 중반의 도강 비용은 한국 돈 5만-8만원/미화 43달러- 68달러였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생활하는 탈북자가 한국으로 가기 위해 중개인에게 지불해야 하는 액수는 150만 원/미화 1282달러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남조선에서 탈북자의 전반적인 실태를 알 수 있는 보고서가 나온 적이 있습니까?
기자: 올해 2월 한국 경찰대학 부설의 치안정책연구소에 근무하는 송경호 선임연구관이 작성한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사회 적응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논문이 있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누적 탈북자는 약 3만 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작년 12월 기준으로 1만 8천 명이 한국에 들어 왔습니다. 탈북자 10명 중 8명 이상이 함경남북도 주민이며 40-50 가구당 한 명꼴로 탈북자가 나왔습니다. 탈북을 한 동기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체제 불만-생존권 차원-인권 침해-범법 행위의 처벌 피하기 등으로 변천해 왔습니다.
앵커: 탈북자가 감소세를 보이면서도 꾸준히 나오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북한의 열악한 환경 때문입니다.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국내와 달리 국제 사회에서는 최악 중 최악의 독재자로 평가를 받습니다. 인권 상황은 최악 중 최악으로 나타났습니다. 언론/ 종교 자유도 최악으로 드러났습니다. 더구나 생활 수준은 전 세계의 최하위권입니다. 객관적인 지표만 봐도 북한에서 살기는 정말로 어렵다고 보입니다. 탈북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남한으로 오는 탈북자가 줄어드는 원인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