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대학생들 천년 고도 경주 탐방

0:00 / 0:00

MC:

가을은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죠. 탈북 대학생 20여명이 천년고도 경주를 방문해 가을의 정취를 느끼면서 찬란했던 신라문화 유적지를 관람했다고 하는데요.

서울의 노재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삼국시대 고구려 역사탐방지라고 하면 평양을 떠올리게 됩니다만 신라 문화의 진수를 간직하고 있는 곳은 경상북도 경주입니다.

북한에서 살다온 탈북 청소년들은 고구려 역사에 비해 신라 역사는 낯설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기자: 경주는 처음 오신 건가요? 조희영: 네, 이번에 처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기자: 북쪽에서는 경주 신라문화에 대해 안 배우나요? 조희영: 배우기는 하는데요. 자세히 배우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고구려 위주로 가르쳐주니까요.

얼마 전부터 한국 정부의 지원 아래 대북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평소 문화체험 기회가 부족한 탈북 청소년들에게 신라의 역사인 경주역사문화 체험 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일 북한 학술단체인 북한전략센터에서도 탈북 대학생 20명과 함께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경주를 찾아 나섰습니다.

문화재 강사: 신라 문화를 강의하는 문화재 강사, 김정자입니다. 반갑습니다. 탈북대학생들: 안녕하세요.

경주는 가히 도시 자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할 만큼 곳곳에 고분들이 산재해 있고, 어디를 다녀보아도 신라 천년의 아련한 향수가 묻어납니다.

이들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안압지.

문화재 강사: 저기에 보면 12개의 봉우리가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진귀한 짐승들을 길렀다고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한 바퀴 둘러보시고 나오시기 바랍니다.

안압지는 통일신라시대 왕자들이 머물던 곳으로, 그 안에는 여러 부속 건물들과 정원이 있습니다.

삼국사기에 문무왕 때 궁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귀한 새와 짐승들을 길렀다는 기록이 있기도 합니다.

건국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황해도 연백 출신의 김성진(가명) 군의 얘깁니다.

기자: 경주 두번째 방문이라면 새롭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다시 보니까 느낌이 어때요? 김성진: 처음엔 아무 관심없이 왔다가 갔는데요. 그 때는 저녁에 와서 안압지를 봤는데요. 오늘 낮에 다시 보니까 느낌이 다르네요.

안압지 구경을 마친 참관단은 대왕릉으로 향했습니다. 대왕릉은 안압지에서 자동차로 5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웅장한 규모의 고분들이 잔뜩 모여 있는 대왕릉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습니다.

문화재 강사: 이 곳 대릉원은 경주 김씨의 성골 왕족의 무덤입니다. 옛날 기록에 의하면 여러분이 차를 타고 내린 이 곳 모두가 고분 자리입니다. 그러면 신라 사람들은 1,500년 전에 왜 시내 중심가에 무덤을 만들었을까요? 그것은 산자와 죽은자가 함께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대릉원 가운데 각종 유물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천마총은 높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문화재 강사: 집을 짓고요.

박영철: 아, 안에다 집을 짓은 겁니까?

문화재 강사: 그렇죠. 그런 다음 돌아가신 분과 부장품을 넣고 돌을 하나 하나 쌓은 것입니다.

다음 탐방지는 토함산에 자리 잡은 불국사와 석굴암.

동선을 짧게 하기 위해 참관단은 먼저 토함산 중턱 부근에 있는 석굴암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석굴암은 화강암에 구멍을 내 석굴을 만들고 석가여래불상을 중심으로 40구의 불상을 조각했는데, 지금 남아있는 불상은 38구. 신라 불교예술의 극치라 평가받는 석굴암의 석불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탈북대학생: 우리가 들어갈 수 없나요? 문화재 강사: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있는 날은 석가탄신일 하루만 됩니다.

석굴암 관람을 마친 이들은 석굴암 아래쪽에 있는 약수물, 감로수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기자: 물맛 어때요? 윤영란: 음.. 좋아요. 근데 똑같은 것 같아요.(웃음) 어떠세요? 기자: 저는 좋은데요.. 정말 단맛이 나는 것 같아요. 윤영란: 아, 그런가? 다시 마셔봐야겠네요.

잠시 휴식을 취한 참관단은 곧바로 불국사로 향했습니다. 대웅전 불상에 이어 다보탑과 석가탑, 청운교와 백운교로 대표되는 불국사를 둘러보는 참관단의 얼굴에 감회가 서려 있습니다. 대웅전 뒤로 극락전에는 숨겨져 있는 돼지 형상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나무로 다듬어진 돼지 형상은 길이 50㎝ 가량으로 황금빛을 띠고 있습니다.

기자: 극락전 뒤에 돼지가 있다고요?

탈북대학생1: 그게 어디에 있습니까.

탈북대학생2: 전 안 보이는데요..

탈북대학생3: 어디요. 아 저거요..

황금빛 돼지는 극락전 정면 처마밑에 현판으로 가려져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으나, 그 존재가 확인되면서 극락전 처마밑을 유심히 살피는 풍경이 연출됐다고 문화재강사는 설명합니다. 몇몇 탈북 대학생들은 나한전 뒷마당에서 옹기종기 모여 작은 돌로 탑을 쌓기 시작합니다.

기자: 탑을 쌓으면서 어떤 소원을 빌었어요?

김성진: 학생이니까 공부에 대해서 빌었죠. 이번 중간고사에서 A플러스 학점 받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박향미: 일단 제가 하는 일이 다 잘됐으면 좋겠고요. 세상을 볼 수 있는 눈과 지혜를 갖게 해달라고 했고요. 그리고 항상 주변의 좋은 이웃들을 잊지 않고, 자만에 빠지지 않은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이들은 불국사 나한전을 관람하고 행사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문화재 강사: 여러분들은 우리 문화를 통해서 천300년의 역사를 보셨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보신 이 문화를 여러분을 통해서 이 지식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발전해서 큰 꿈과 비전으로 남기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천년 후에 나는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여러분이 되십시오.

탈북대학생들: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박수)

기자: 모든 일정이 끝났는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최혜영: 북한에서 보지 못했던 역사 유물들을 보게 돼서 너무 기쁘고요. 한국에 와서 이런 구경시켜주고 그러니까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뜻 깊은 경주 역사체험을 마친 탈북 대학생들은 이곳에서의 아름다운 시간들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