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은 스스로 변화하는 주체적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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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서울에 있는 한양대학교에서 '결혼 생활을 통해 본 탈북 여성의 정체성 변화 과정'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이 나왔습니다. 이 논문을 쓴 이화진 씨는 "탈북 여성은 피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주체적인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 여성들이 북한과 중국, 그리고 한국에서 겪는 결혼 생활을 고찰해 이들의 정체성이 변화하는 과정을 연구한 박사학위 논문이 나왔습니다.

이 논문은 2000년 이후 북한을 탈출한 30대에서 40대의 기혼 여성 11명을 이화진 씨가 심층 면접을 거쳐 작성했습니다.

이 씨는 "탈북 여성들의 정체성은 북한과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면서 남편에게 의지하는 의존적 정체성에서 자신과 타인의 존재를 중시하는 관계 지향적 정체성으로 발전"하더라고 말합니다.


이화진

: 북한의 가부장제와 중국의 가부장제, 그리고 한국의 가부장제가 성격과 모습만 달리할 뿐 항상 존재합니다. 그러한 가부장적 환경 속에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너무 억울하다, 나도 내 목소리를 내야 되겠다’ 이런 식으로 갈등을 통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죠.

이화진 씨는 자신이 면접한 탈북 여성들이 “북한에서 수동적으로 가부장적 삶과 생계 부담을 담당하며 살거나, 아니면 탈북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면서 “그들에게 탈북은 빈곤과 가부장적 삶에 대한 탈출구로 기능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이들은 강제 북송의 위험과 신체적 폭력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마음을 붙이고 살만한 곳과 상대 배우자를 찾기 위해 탈출과 저항을 통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찾는 노력을 했다”고 이 씨는 말했습니다.

“남한에 정착해 한국 남성과 결혼한 탈북 여성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여성’ 그리고 ‘적국의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차별을 경험”하게 되며, “이 같은 상황에서 남편과 이혼하기도 하고 갈등을 극복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고 이화진 씨는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는 한국사회가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경험하는 성매매나 성적인 학대 등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통해 탈북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심화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화진

: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탈북 여성들이 어떻다고 하더라, 어떻게 피해를 입는다고 하더라’ 이런 식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이른바 ‘카더라’ 식의 보도를 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이들을 우리와 똑같은 입장에서 친구로 받아들이고, 이들의 문제를 다시 볼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화진 씨는 한국에 정착한 2만 명에 육박하는 탈북자 중 70%가 여성이라면서, “여성 탈북자의 문제가 탈북자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탈북 여성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