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소재 연극 뉴욕 무대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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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에서 공연되고 있는 탈북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나를 위한 너, 너를 위한 나'의 대본을 맡은 미아 정 작가. RFA PHOTO/정보라
뉴욕시에서 공연되고 있는 탈북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나를 위한 너, 너를 위한 나'의 대본을 맡은 미아 정 작가. RFA PHOTO/정보라

앵커: 북한을 탈출한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이 세계 문화, 예술의 중심지 미국 뉴욕시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이 연극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한인 2세 작가가 대본을 썼습니다.

뉴욕에서 정보라 기자의 보돕니다.

가난, 굶주림, 질병, 인간관계에서의 상호 불신 등으로 상징되는 북한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두 자매가 있습니다. 동생 준희는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언니 민지의 병을 치료하고자 병원을 찾지만 의사는 환자를 치료해야 할 본연의 의무 대신 치료비만 자꾸 요구합니다.

병이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굶주림과 가난이 더욱 심해지면서 준희는 급기야 탈북을 결심합니다. 자매는 갖고 있는 전 재산을 중개인에게 넘기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는 도강을 시도하지만, 동생 준희만 성공해 미국에서 자유롭게 살게 되고 언니 민지는 실패해 국경 지역에 남게 됩니다.
탈북한 두 자매의 삶을 소재로 한 연극 '나를 위한 너, 너를 위한 나(You For Me For You)'가 이달 중순부터 뉴욕시 극장 무대에 올라 북한의 현실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 연극의 미아 정 작가는 2009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2명의 미국인 여 기자 사건과 18년간 실종됐다 구조된 한 미국인 여성의 사건이 북한을 소재로 한 연극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미아 작가: 2009년 여름에 북한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해에 2명의 미국인 기자 유나 리, 로라 링씨가 취재를 하다 북한 국경 지역에서 납치돼 북한에 억류된 사건이 있었고요. 또 1991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유괴돼 납치범의 집에 감금됐던 미국인 여성 제이시 두갈드(Jaycee Lee Dugard)가 18년 만에 경찰에 의해 구조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두 사건을 지켜보며 납치됐던 여 기자들과 제이시처럼 북한 주민들도 북한 당국에 납치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납치를 당한 후 피해자는 살아남기 위해 정서적, 감정적으로 가해자에게 충성을 표할 수 밖에 없게 되고, 그러한 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피해자는 가해자의 보호와 조종에 정신적으로 귀속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미아 작가: 저는 두 사건의 피해자들의 입장을 북한 주민들의 심리적 상태와 연결시켜 생각했습니다. 모두 '납치', '조종'의 희생자인 거죠. 심리적으로 사람은 정신적, 감정적 조종을 당할 때 그 상황에 적응해 가며 안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 때문에 납치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도망가려고 생각하지 않게 되지요. 가해자와 함께 지내는 동안 도망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가해자에게 동정을 느끼게 됩니다. 북한 주민들의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라 봅니다.

이어서 정 작가는 북한 정권의 가장 큰 희생자는 바로 시골에 있는 여성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아 작가: 평양 주민은 그런대로 잘 살고 있지요. 군인들도 마찬가지이구요. 유교 사상으로 남아선호 사상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남성도 여성에 비하면 입장이 나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방에 살고 있는 여성의 경우 평양 주민이나 군인, 남성과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없는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 할 수 있지요. 혹 이들이 탈북을 하던가, 탈북 후 겪게 될 장애물을 생각할 때 그 누구보다도 가장 피해가 클 것입니다.

나아가 정 작가는 탈북 후 미국으로 건너와 자유와 풍족함을 누리며 사는 준희의 삶을 통해 관객들이 소비 지향주의나 물질 만능주의 같은 정신적 지배 체제가 미국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지만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삶을 통제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전세계가 지금 북한 주민들이 처한 상황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달 말까지 뉴욕시에서 공연되는 ‘나를 위한 너, 너를 위한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제작 단계에 있으며, 본격적인 공연은 오는 11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선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