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기습 발사했다는 보도에 접한 미국 탈북자들은 "김정은 정권이 아버지처럼 선군주의를 답습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주민들의 삶은 더 궁핍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동부시각으로 11일 저녁 7시 49분(한반도 시각 12일 오전 9시49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는 보도를 들은 수도 워싱턴 인근에 사는 탈북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불과 하루 전만해도 북한이 로켓 1단 추진체에 문제가 생겨 발사예정일을 늦춘다고 발표해놓고도 다음날 기습적으로 발사한 데 대해 버지니아에 사는 탈북자 한 씨는 "역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반응했습니다.
탈북자 한씨: 자기 백성을 잘 먹이고 잘 살게 하는 게 부강한 게 아니겠어요, 그런데 그런 무기만 만들어서 그거 쏴서 성공했다고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한 씨는 "주민 생활은 아랑곳 하지 않고 무기개발에 몰두하는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처럼 또 선군정치를 답습하고 있다"고 속상해 했습니다.
북한에서 여러 식구를 잃고 미국에 입국한 그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또 국제적인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남부 지방 애틀랜타에 사는 탈북자 안씨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같은 큼직한 이벤트는 정치적인 목적에 사용하는 관행이 있다"면서 북한이 1998년 1차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1호'를 발사했던 시기를 떠올렸습니다.
탈북자 안씨: 중앙당 선전선동부에서 선전하는 내용이 그것이었어요.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조금만 더 참자, 사회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안 씨는 "90년대 중반 수백만의 사람들이 굶어 죽어갈 때 북한 당국이 '광명성 1호' 한발로 주민들의 배고픔을 잊게 만들었다"면서 이번 로켓발사도 내부 민심이 혼란스러운 것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시 "북한 간부들이 강연에 나와 '대포 한 알로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 진짜 북한의 군사력이 강한 줄 알았는데, 미국에 와서 보니 그 강연이 얼마나 허황한 거짓말인지 깨닫게 됐다"고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미국 탈북자들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앞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굶주림과 경제난으로 고생할 주민들을 걱정했습니다.
미국 동부에 사는 탈북자 조진혜씨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국제사회를 위협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명백하게 만들었다"면서 북한에 대한 '눈먼 지원'이 오늘과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진혜: 북한이 저렇게 미사일을 쏠 수 있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그 돈 가지고 저걸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그 지원이 폭탄이 되어 되돌아 온 격이 되었습니다.
조 씨는 대북 지원자들이 북한 당국을 도와주어 오기(傲氣)를 키울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고생하는 북한 주민을 위한 지원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