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후 탈북자 사회의 역할

엠씨: 황장엽 전 북조선노동당 비서는 북한체제의 붕괴가 시작됐고 그 체제의 약화를 보여주는 조짐은 바로 북한 주민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8년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저희 자유아시아방송국과의 단독 회견에서였습니다. 그러면 북조선 독재체제의 수장이었던 김정일이 사망한 지금, 앞으로 탈북현상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며 한국 내 탈북자 사회의 역할은 어떠할 것인 지 전수일 기자와 함께 알아 봅니다.

전 기자, 우선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죽고 난 뒤, 주민들의 탈북이 더 늘 것 같습니까 아니면 줄겠습니까?

전: 대량 탈북은 어려울 것 같다는 게 탈북자사회의 전망입니다. 이미 김정은 2년 전 세력권에 등장한 이후 탈북자 단속은 강화돼 왔습니다. 김정일 사후 안정적 세습과 김정은 체제 다지기를 위해서도 탈북자 단속에 더욱 주력할 것 이라고 탈북자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3대세습이 잠정적이나마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에서 '대량 탈북'은 어려울 것이란 얘깁니다. 하지만 만일 세습이 불안하고 정세가 혼란스럽게 되면 '대량 탈북사태' 발생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엠씨: 탈북자 수가 한국만 해도 2만 3천명을 넘었습니다. 중국에도 10만여명 넘게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또 미국 영국 동남아시아 등 한국과 중국 밖의 여러 나라에도 탈북자 사회는 수천 명으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김정일 사망 후 북한의 미래, 나아가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이들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질 지 궁금합니다.

전: 앞서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비서가 저희 방송과 회견에서 했던 말을 언급하셨는데, 황 전 비서는 탈북자 역할과 관련해서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탈북자들은 김정일 독재체제의 가혹한 탄압의 희생자들이다. 반.인민성을 절실히 체험했고 밖에 나와 민주주의도 체험한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탈북자의 역할은 유일하다. 이들은 북한에 많은 인맥이 있고 탈북해서 한국과 그밖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새로운 인맥을 형성했다. 앞으로 김정일 체제의 붕괴나 남북통일에 있어서 아주 귀중하고 유능한 존재들이다." 어제 오늘 한국 내 탈북자 사회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얘기를 들어 봤는데 황 전 비서와 같은 맥락의 말들이었습니다.

엠씨: 김정일 사망에 대한 탈북자 사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전: 우선, 탈북자 사회는 김정일 사망으로 흥분돼 있다고 봅니다. 긍정적 의미에서 입니다. 17일 죽은 것으로 발표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4년, 사실상 북조선 권력을 장악한 이후 37년 동안 봉건시대를 능가하는 절대 군주로 군림했다는 게 탈북자들의 평입니다. 이제 그런 절대 독재자가 사라진 것은 통일을 앞당기는데 기여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만 27-28세의 국정 경험 없는 후계자 김정은에게는 강력한 버팀목, 후견자인 아버지 김정일이 없어진 것이므로 통일은 빨라질 것이란 기대입니다.

엠씨: 탈북자 사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들입니까?

전: 한 목소리로 '통일 후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조선노동당 통일 전선부 대남 정책과 연락소 부원이었고 김정일을 두 차례나 접견한 일급작가였던 장진성 씨는 탈북자는 '먼저 온 미래'라면서 북과 남의 이질감을 완화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정부는 2만3천 여명의 탈북자들에 대해 통일 훈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으로 2,3년 간 탈북자 가운데서도 국회의원 같은 지도자가 나와야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정착모델이 앞으로 통일모델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야 탈북자들의 존재가치가 북한에서도 인정될 것이고 나중에 북으로 돌아가도 북한사회를 이끌 명분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통일 후 가장 중요한 건 북한인민성격을 자유민주주의 국민성격으로 바꾸는 것이라면서 남북한의 물리적 통일보다는 남북한 국민의 정서적인 통일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라크의 예를 들어 아무리 이라크를 물리적으로 해방시켰다고 하더라도 이라크 주민들의 속성을 모르면 이라크가 분열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한반도 통일 후 북한을 아는 탈북자들이 가교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일단 남한에서 성공해 이들이 자유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탈북자 정착에 한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북 삐라 날리기를 주도하고 있고 지난 9월 탈북자 위장 첩자에게 암살 당할 뻔 했던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 역시 탈북자들은 김정일의 장수로 김정은에 대한 3대세습이 확고히 되는 걸 가장 우려했지만 김정일의 죽음으로 3대세습의 구축은 힘들게 됐다면서 이제 탈북자들은 북한에 가서 무얼 할까를 준비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유시장경제 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더 열심히 배워 북한주민들을 선도하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란 말이었습니다. 또 금년은 세계 독재자들의 수난의 해라면서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김정일도 사라진 것은 역사의 정의와 양심이 용납치 않은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탈북자들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던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종전과 변함없이 북한 주민에게 진정한 자유와 인권, 그리고 북한 주민의 생존권이 확보될 때까지 사실과 진실의 삐라 날리기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엠씨: 북한체제의 모순을 비판하는 일은 김정은 체제에서도 중단하지 않겠다는 얘기군요.

전: 그렇습니다. 그리고 탈북자로서는 박사학위를 처음 땄고 세계북한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안찬일 소장은 김정일 사망으로 김정일 체제가 끝나고 김정은의 미숙한 체제가 등장한 것은 탈북자 사회에 통일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김정일의 사망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진 것으로 북한의 독재체제는 그만큼 수명을 앞당기게 된 것이라고 반겼습니다. 북한의 급변사태와 통일이 올 때 탈북자들은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하고 또 그렇게 준비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엠씨: 어떤 준비를 말하는 것입니까?

전: 통일 후 북한의 재건입니다. 그때에 북한의 혼란을 수습하고 대한민국의 체제를 이식할 수 있는 준비란 것입니다. 북한 실정을 잘 알고 있는 탈북자들의 몫이라는 것이죠. 그는 북한의 미래는 바로 대한민국의 오늘이라면서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공부하고 노력한 경험을 토대로 통일 시 남북한 사회통합과 지역 안정을 위해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