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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한 청소년들이 인기 영화의 주제가를 ‘탈북가요’로 고쳐 불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에 갔던 탈북자들이 처음 부르기 시작한 이 노래가 점차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주민들과 친숙해진 예술영화 ‘명령 027호’의 주제가.
“이 밤도 남몰래 전선을 넘어 가는 곳 어디냐 묻지를 말아....”
10대 청소년들이라면 10번도 넘게 봤을 이 영화의 주제가가 요즘 국경지방에서 ‘탈북가요’로 널리 불리고 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 여성은 자기 고향에서는 4개의 노래를 연곡해서 즐겨 불렀다고 말합니다.
<녹취: 탈북여성 노래>
“이 밤도 남몰래 두만강 건너가는 곳 어디냐 묻지를 말아/ 잘 가거라. 소년장수야, 동북혁명 승리하고 빨리 돌아오너라.”
원래 노래에 ‘전선’이란 단어가 들어갔지만, 고쳐진 가사에는 ‘두만강’이 들어가고, 노래 후반에 ‘원수’라는 단어 대신에 ‘동북혁명’이란 단어가 들어갔습니다.
이 노래는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중국에 건너가 성공하겠다는 말로, 외부 세계로 나가려는 북한 주민들의 의지를 강렬하게 담고 있다고 이 탈북 여성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자기가 중국공안에 잡혔던 2006년에 이 노래가 감옥에서 먼저 유행되기 시작되었다면서 그 후 북한에 널리 퍼졌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양강도 혜산시에서 탈북한 20대의 청소년도 자기도 북한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며, 자기 또래에서 이 노래를 모르면 이상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그 노래와 소년장수 노래 4곡을 거기에 붙였거든요, 국경 쪽 사람들이 많이 부르지요, 무산, 혜산, 그쪽 사람들이요”
한 집 건너 한집이 탈북자 집안이거나, 탈북한 사람과 친척관계로 얽혀있을 만큼 많은 국경지방에서 ‘탈북가요’를 부르는 게 크게 이상하지 않다는 겁니다.
또 탈북자들이 한국이나 미국 등에서 부쳐주는 돈으로 유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탈북자 가족들을 보면서, 다른 주민들도 “집안에서 한 명쯤은 탈북 시켜야 한다”는 강한 유혹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자기 가족 중에 탈북하는 사람들이 무사히 가서 뜻을 이루기를 바라는 소원도 담겨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또 중국에서 배불리 먹게 되어 감사함을 표시하는 노래도 있습니다.
북한 예술영화 ‘봄날의 눈석이’ 주제가가 대표적입니다.
“잠자는 대문을 와당탕 두드려 나를 깨워준 그대여. 중국이라는 걸 가르쳐준 그대 그대에게 감사드려요. 아~ 뭐 이런 식으로, 중국이라는 것을 알게 해줘서 감사하다. 그곳에 가서 눈을 뜨게 되었다. 세상이 어떤 곳인지도 알았고, 이 밥은 우리의 소원이 아니었고, 개도 먹을 수 있는 것을 알았다. 이런 식으로 가사가 나가요”
이 탈북여성은 “젊은이들이 술을 마시고 오락회를 벌일 때는 으레 이 노래가 나온다”면서 외부세계에 대한 환상이 북한 사회에 뿌리 깊게 내렸음을 내비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