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국영백화점도 외화 선호

북한 최대 국영백화점인 평양 제1백화점 내부 모습. 여성들이 백화점 식품매대,의류, 가구매장 등을 둘러보고 있다.
북한 최대 국영백화점인 평양 제1백화점 내부 모습. 여성들이 백화점 식품매대,의류, 가구매장 등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요즘 평양의 큰 상점망들도 암시장 환율보다 약간 낮은 비율로 외화를 교환해주고 있습니다. 국영 봉사망마저 시장 환율을 적용하면서 북한이 2009년에 공시했던 국정환율은 유명무실해졌다고 북한 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얼마 전 평양을 떠나 중국에 나온 주민 민 모 씨는 "요즘 평양 제1백화점과 지하상점을 비롯해 국영상점망들도 암시세 환율과 비슷하게 외화를 바꿔주고 있다"면서 "새로운 경제조치가 도입되면서 내각 산하 상업망들도 외화 끌어들이기에 경쟁이 붙었다"고 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평양 제1백화점과 광복지구상업중심에서는 외화창구마다 외화를 바꾸어주는데 미국 달러는 1:8천원, 중국 돈은 1위안 당 1천250원에 바꾸어주고 있다"면서 "이는 장마당 시세보다는 조금 눅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발 건너 암시장에 가면 환전 상인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은 1달러당 8천 700원에 바꾸어준다"면서 "이처럼 좁은 땅에도 국정환율, 장마당 환율, 국영상점 환율 이렇게 모두 세 가지 환율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9년 화폐개혁 직후 북한 무역결제은행인 조선무역은행은 외화공시환율을 미국 달러는 1:96.9원, 중국 위안화는 1:14.19원으로 책정한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평양주민은 "북한이 제정한 국정환율은 형식적으로 내세우고 있을 뿐"이라면서 "심지어 외국인들이 묵는 호텔에서도 제대로 적용해보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졌다"고 반응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영 상점망에 외화창구를 만들어 놓은 것은 외국인들을 위해서 만든 것이지만, 외국인들도 환율이 낮아 대부분 장마당에 가서 환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북한에 주재하는 대사관 직원들은 장마당 환전상인들에게서 100달러, 50달러, 100위안짜리 큰돈을 바꾸어 쓰고, 나머지 잔 달러를 쓰기 위해서 국영상점으로 가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국영상점망에서는 외화로 북한 돈을 교환할 수 있지만, 대신 북한 돈으로는 외화를 바꿀 수 없다는 점입니다.

최근 새로운 경제조치가 도입되면서 국영상업망들에서도 중국에서 물건을 사오기 위해 위안화나 달러벌이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한 중국인도 평양 광복지구상점에서 달러와 위안화 등을 암시세 환율로 바꾸어썼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중국인은 "(자신의)묵었던 보통강구역 호텔 근처에 있는 장마당에서 100위안에 14만원까지 바꾸는데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면서 "이미 북한에서 국정환율은 사라지고 시장환율에 편입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이 노동자의 월급을 최대 수십 배로 대폭 인상하면서 앞으로 공시환율을 어떻게 정할지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평양출신 탈북자 정 모 씨는 "노동자들의 노임이 올라갔기 때문에 물가가 오를 것으로 우려되는데, 그렇게 되면 환율도 자연히 올라갈 것"이라면서 지금 달러를 소지한 주민들은 경제조치 변화에 아주 민감해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