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국가 주도의 상품 유통체계를 세운다고 야심차게 개점한 광복지구상업중심을 주민들이 잘 찾지 않는 다고 합니다.
이유는 상품매장의 물건 값이 장마당 보다 비싸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월 5일 평양에 문을 연 광복지구상업중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애 마지막으로 찾은 매장으로, 북한 당국이 어떻게 하나 정상 영업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대형슈퍼마켓입니다.
하지만, 요즘 상품매장을 찾는 주민들이 나날이 줄어들어, 중국에서 물건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선 장마당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얼마 전 중국에 나온 한 북한 주민은 "원래 광복지구상업중심의 물건들이 장마당보다 싸다고 했는데, 실제 가격이 비싸거나 비슷하다"면서 "장마당은 그래도 흥정하면 값을 깎을 수 있는데 광복지구 상점은 정찰제로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매체들도 광복지구상업중심을 소개하면서 상품이 좋다고 선전하지만, 정작 가격이 싸다는 애기는 안 나옵니다.
녹취/ 북한중앙텔레비전 기자: "가정용품 정말 많이 사셨군요. 상품이 좋습니까, 주민: 예 좋아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국가마도 사고, 볶음판도 사고 정말 다 사고 싶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기자는 광복지구상업중심을 찾아 쇼핑하는 주민들을 인터뷰하면서 자신이 직접 물건도 구매합니다.
기자가 쇼핑카, 즉 상품밀차를 끌고 기름이며, 화장품 등을 절반쯤 채워 넣고 계산대에서 계산하는데 36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북한 돈 36만원은 현재 암시장 환율인 1:1,000으로 계산해도 중국 돈 360위안 정도 됩니다.
북한 돈 36만원은 월급 2천원을 받는 북한 노동자가 15년 동안 먹지 않고 모아야 할 금액입니다. 북한은 광복지구상업중심을 개업할 때 "시장가격보다는 눅게(싸게), 다른 국영상점 보다 가격을 높게 설정하겠다"는 경영전략을 세웠습니다.
평양 주민들이 광복지구상업중심에 발길을 돌리지 않는 이유는 값을 흥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공급과 소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광복지구상업중심의 상품권을 인민반으로 배정하는 체계를 도입했지만, 정작 주민들은 상품권을 다 쓰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중국에 나온 북한 주민은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상품판매가 부진해지고 지분에 따른 이익금을 중국 측에 넘기지 못하게 되자, 중국 대방도 상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흑룡강신문은 "이 대형 마트는 중국과 조선이 합작한 것으로, 중국 측이 65%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서 "의류와 신발, 모자류는 조선 제품이 위주이고, 기타 상품은 주로 중국 수입품"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국가가 주도하는 상품유통체계를 세우기 위해 평양에 광복지구상업중심, '보통문거리 고기상점' 등 국영상점들을 연이어 개장했습니다.
하지만, 평양주민들은 "보통문 거리 물고기 상점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개장 초기부터 물건이 없어 빛을 바랬습니다.
또 "장마당 가면 신선한 물고기를 골라서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수산물 상점에 가서 냉동한 물고기를 사먹겠냐"고 주민들이 난색을 표시한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