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몰락한 전 세계 독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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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함께 올 한해는 이집트, 리비아 등 전 세계의 장기집권 지도자의 몰락이 두드러졌습니다. 독재자들의 수난시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닌데요,

노정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42년간 철권통치를 자랑하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권력에서 쫓겨난 카다피 전 국가원수는 지난 10월 자신을 쫓던 시민군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지금 그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막 어딘가에 묻혀 있습니다.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하지만, 그도 시민 혁명으로 자리에서 쫓겨난 뒤 부정부패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한 혐의로 이달 28일에 법정에 서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이제 그는 권력자가 아닌 죄인이 된 겁니다.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가난과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던 젊은 청년이 정부에 저항하며 분신자살을 했습니다. 이것이 튀니지에서 반정부 시위를 불러왔고 결국 23년간 권력을 휘둘렀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이 지난 1월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재스민 혁명’, 즉 반정부 민주화 시위는 이집트와 예멘, 리비아로 확산했고 이때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도 시민의 힘에 굴복해 33년 독재정치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밖에도 코트디부아르의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의 패배에 불복하고 유혈 사태를 일으켰지만 결국 군대에 체포돼 국제형사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압송됐습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불어온 민주화 시민 혁명으로 수십 년간 권력을 휘두른 독재자 5명이 몰락한 데 이어 37년간 북한을 통치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이 포함됐습니다.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이집트와 리비아가 시민의 힘에 의해 몰락한 것을 지켜봤던 김 위원장은 내부를 통제하고 보안을 강화했지만 자신의 적은 바깥이 아닌 자신의 몸에 있었습니다.

올해 유난히 독재자들의 몰락이 집중됐던 현상을 놓고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은 22년 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독재는 결코 영원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레그 스칼라티우] 1989년 12월 21일은 냉전 시대에 북한과 상황이 매우 비슷하던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군사재판을 받아 사형을 당했습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자연사였지만 독재자들이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는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은 북한의 독재 정치가 김일성, 김정일 등 김씨 가문에 대한 숭배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두 사람이 숨진 것을 계기로 북한 주민이 김 씨 일가에서 멀어질수록 독재 체제와 세력, 주도권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아버지에 이어 11년째 권력을 휘두르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도 국민과 국제사회로부터 퇴진의 압력을 받고 있으며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최고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도 미군에 의해 사살되면서 올해의 국제뉴스 1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몰락한 독재자들의 말로는 국민 위에 군림하며 영원할 것 같았던 권력이 시민의 힘 앞에, 그리고 세월과 질병 앞에서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