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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협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초 예상했던 황금평과 나선지구 공동 개발안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 중국방문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 합작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 끝났는데도, 두 나라 사이에는 경제 합작에 관한 아무런 발표가 없었습니다.
때를 같이 해 이달 말로 예상됐던 황금평 개발 착공식과 나선특구개발 착공식이 돌연 취소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북한과 중국이 동북 3성과 나선지구 경제개발을 잇는 이른바, 창지투(장춘-길림-도문)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대북 무역업자들은 나선항을 통해 동해진출권을 획득하려는 중국의 계획이 북한과 마찰을 빚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중국 심양의 한 대북 무역업자는 “이번 김정일 방중기간 중국은 나선지구를 통한 동해진출권 획득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앞으로 북중간 경제협력은 북한이 중국의 요구에 얼마나 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의 민간기업들이 북한의 법치와 노동당의 통제가 있는 곳에 투자하기를 꺼리기 때문에 북한도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중국의 의도는 나선항과 나선시 일부 지역을 50년 장기 임대하는 방식인데, 중국의 요구가 북한이 수용하지 못할 만큼 지나치지 않았겠는가”하는 분석을 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황금평을 중국에 위탁하는 형태로 공동개발을 꾀하고 있고, 중국은 나선지구 진출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단동의 한 소식통은 “쑥대밭이나 다름없는 황금평에 들어가자면 건물도 새로 지어야 하고, 시설기반을 다지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며 “더욱이 황금평은 지리적으로 중국에 치우쳐 있어 투자가치가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언론들도 나선지구 진출에 적극성을 보이는 중국과 황금평도 함께 개발하자는 북한 사이에 마찰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중국 현지 소식통들은 “중국 지도부는 지금도 1962년 주은래 총리가 김일성과 국경문제를 논할 때 동해진출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을 못내 후회한다”는 후일담도 전했습니다.
당시 낙후한 농업 국가였던 중국이 동해진출의 필요성을 내다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무역대국이 된 이상 중국 동북지역 경제 부흥을 위해 해상통로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입니다.
거기에 장기 집권체제를 꾀하는 중국 공산당이 동북 3성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수출 통로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북한 나선지구에 단순한 경제 합작의 의미를 넘어 보다 폭넓은 진출을 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이러한 동해진출 전략은 한반도 급변사태와 향후 통일과정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스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류길재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의 말입니다.
“북한과 맺었던 여러 가지 권리들은 한반도가 통일된다고 하더라도 계속성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통일한국과 중국과의 미래관계에 하나의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류 교수는 중국의 대북 진출은 북한의 경제 개혁과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