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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주민을 구하려다 함께 익사한 한 북한 국경경비대원의 죽음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사망한지 석달이나 지났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보상도 없어 북한 당국의 처사에 대한 주민들의 원망도 높아가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물에 빠진 주민을 구하려다 희생된 한 국경경비대원의 안타까운 사연이 양강도 주민들의 반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경경비대원이 사망한지 3달이 지났지만 시신을 못 찾았다는 이유로 보상은커녕 아직까지 장례도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데요.
양강도 혜산시의 한 소식통은 “사망한 국경경비대원 박경철에게 추천한 국기훈장과 전사영예훈장 수여가 보류됐다” 면서 “먼저 시신부터 찾으라는 지시가 내려 아직까지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물에 빠진 주민을 구하려다 희생된 국경경비대원 박경철은 올해 22살의 청년으로 평안남도 맹산군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몸집이 좋아서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박경철은 부대 내에서도 쾌활했고 마을 주민들과도 허물이 없어 주변에서는 ‘맹산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불렸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그가 사망한 것은 지난 7월 말, 양강도를 휩쓴 장마 때문이었습니다.
소식통은 압록강 물이 크게 불면서 중국 마록구 쪽에 쌓여 있던 통나무들이 떠 내려와 성후동 수원지 주변에 쌓였다며 땔감이 없어 고생하던 마을 주민들이 너나없이 물에 뛰어들어 통나무들을 건져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국경경비 임무를 맡고 성후동 수원지에 나와 있던 박경철과 또 다른 대원은 압록강 물에 뛰어드는 주민들을 만류했으나 두 명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중 지나치게 깊은 물속에 들어간 한 주민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자 박경철은 착용하고 있던 무기와 장구류를 옆에 있던 어린 대원에게 맡기고 사품치는(거센) 압록강 물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거센 물살과 떠내려 오는 통나무들 속에서 박경철과 그 주민은 끝내 헤어 나오지 못해 익사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죽음에 대한 북한 당국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혹시 그들이 중국 쪽으로 건너갔을지도 모르니 먼저 시신부터 찾아내라며 사건을 회피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들이 사망한 후에도 며칠 동안 계속 비가 내렸는데 어떻게 시신을 찾겠냐며 훈장은 못 줘도 제대로 된 장례라도 치루어 줬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양강도 소식통은 “요즘 북한사회에서 보기 드문 박경철의 의로운 죽음을 중앙에 보고하고 부대에서 훈장추천까지 했지만 부결됐다”며 “훈장이 내려오면 장례를 지내기로 결정했던 부대에서도 허망(허탈)해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화재현장의 불속에서 김정일의 초상화를 꺼내오면 당장에 영웅칭호를 받고 신문과 방송에서도 대대적으로 떠든다”며 “하지만 불쌍한 주민의 목숨을 구하다가 생명을 잃은 사람은 개 값에도 못 간다”고 북한 당국의 처사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대에서 다시 제의서를 올린다니 잘 만 되면 군공메달 정도는 차례질 것이라며 “앞으로 전쟁이 난다해도 군인들이 먼저 전우들의 생명을 구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만 들고 뛰어다닐 것”이라고 잘못된 북한의 현실을 비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