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에서 한국드라마 시청을 강력 통제하는 '사상전' 바람이 불고 있지만 당과 국가의 특권층 자녀들은 오히려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생필품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사상전'의 거센 바람을 타고 북한 전역에서 한국 드라마 박멸 조치가 내렸지만, 장마당에서는 한국 제품이나 이를 모방한 생필품이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평양의 한 주민은 "한국 드라마에서 배우 김소연이 쓰던 깃털 달린 원주필(볼펜)이 젊은 여대생들 속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는 중앙당 자녀들과 인민무력부 고위층 자녀들 속에서 강렬하게 나타났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 깃털 달린 볼펜을 드라마 '검사프린세스'에서 마혜리역을 맡은 배우 김소연이 몇 번 쓰는 것을 보자, 젊은 학생들, 특히 필기를 많이 하는 여대생들이 주로 찾는 필기도구가 됐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또 일부 잡화 상인들은 드라마를 보다가 깃털이 달린 볼펜이 한국에서 인기품이라는 걸 알아채고, 북한 젊은이들에게 팔기 위해 중국 도매상들에게서 풀과 볼펜, 깃털을 사다가 만들어 내놨는데 소위 '히트'를 쳤다는 겁니다.
이 밖에도 평양 여대생들이 즐겨 쓰는 머리띠는 한국의 연예인 김태희와 송혜교 등이 드라마 촬영시 썼던 것으로, 대부분 한국 드라마를 통해 모방한 것들입니다.
최근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카텐(커튼)도 남포시의 한 재단사가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인데 지금 평양시는 물론 지방에서 웬만큼 산다하는 가정집에도 걸려있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남포에서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무역을 하고 있는 한 중국화교도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재단사들은 거의 한국 드라마를 감춰놓고 보고 있다"면서 그 이유는 한국의 기성복 추세를 알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솜씨 있는 재단사(디자이너)들은 한국 여자들이 입은 옷을 보고 견본을 만든다"면서 "이들이 만든 옷은 기성복과 헷갈릴 정도로 정교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 여대학생들이 입는 허리폼이 잘록한 블라우스는 재단사들의 손을 거쳐 재생산되어 외화상점에서 버젓이 팔린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 중국 원단 상인은 "과거 북한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에게 완제품을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지금은 자기들이 적어주는 재료만 사달라고 주문한다"며 "이는 자기들도 자체로 완제품을 만들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수공업자들이 수작업으로 만들 수 없는 물건은 여전히 중국 상인들에게 부탁하고 있습니다.
이 상인은 북한 당국의 드라마 단속에도 불구하고 간부집 아낙네들은 여전히 숨겨놓고 보고 있는데 이들의 관심은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옷을 입고, 어떤 제품을 쓰는지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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