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드라마 본 대학생들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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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평양시 대학생들이 한국의 드라마를 보다 무더기로 처벌 받은 사건이 지난 4월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학생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시청한 드라마는 처형당한 북한 영화배우 우인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특정드라마가 평양시 대학생들속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사법당국이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조사의 칼을 빼들었지만 처벌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평양시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한 소식통은 “한국드라마 ‘진달래꽃 필 때까지’를 본 학생들은 해당 초급당위원회에 자수하라는 지시가 4월 초 평양시의 모든 대학들에 내렸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야기했습니다.

‘진달래꽃 필 때까지’는 1980년대 초 북한이 처형한 영화배우 ‘우인희 사건’을 다룬 12부작의 한국드라마라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16기가 소형메모리칩에 담겨 유포되면서 주로 손전화를 통해 많이 시청됐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특히 한국드라마 ‘진달래꽃 필 때까지’는 그동안 부모 세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나 들을 수 있었던 김일성 시대의 북한사회를 실감 있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평양시의 젊은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속에서 급속히 확산됐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일성 주석과 외형상으로 많이 닮았고 행동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실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이 드라마에 더욱 열광했다는 이야기들도 나왔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국경연선 지역에 나와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를 가진 평양시의 한 간부는 “한국드라마 ‘진달래꽃 필 때까지’를 본 김일성종합대학과 김형직사범대학, 평양철도대학 학생 5명이 수용소로 끌려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4월 ‘진달래꽃 필 때까지’를 보았다고 당국에 자수한 평양시 대학생 30여명은 1년간의 ‘혁명화’ 처벌을 받아 주변 건설장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며 졸업을 앞두고 자수한 학생들은 3년 동안 현장체험을 하도록 졸업장 대신 ‘수료증’만 주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실제 자수하거나 단속에 걸려 처벌받은 학생은 전체 대학생들 중에 몇이 안 된다”며 “오히려 단속과 처벌과정에서 한국드라마 ‘진달래꽃 필 때까지’에 대한 대학생들의 호기심은 더욱 증폭되었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