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한국 드라마 단속기관으로 알려진 '109상무'가 내부 선전용으로 제작한 녹화물도 수시로 검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이유는 숙청된 사람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가 전합니다.
얼마 전 중국 동북지방에 친척방문 차 나온 황해북도 주민은 "요즘 하도 국가에서 CD, 메모리 장치(USB) 검열을 심하게 해서 집안(북한 내부)이 소란스럽다"면서 "한국 드라마만 단속하는 게 아니고 국내에서 만든 음반과 동화상 녹화물도 검열하고 있다"고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이 주민은 북한 당국이 문제가 있는 내부 영상물을 불량녹화물로 분류하고, 이 영상이 수록된 CD와 메모리 기억기들을 모두 회수하고, 책자로 발간된 출판물에 대해서는 해당 내용을 삭제한 뒤 재배포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검열은 불법영상물 전문 단속기관인 '109상무'가 주도하고 있으며, 검열 요원들은 수시로 직장과 학교에 나와 '당에서 지정한 불법 녹화물들을 다 바치라'고 지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109상무는 한국 드라마와 불법음란물을 전문 단속하는 기관이지만, 북한 내에서 제작된 음악CD나 기록영화 등도 관할하는 전문기관입니다.
이 그루빠는 최근 북한 내부에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매체가 도입되면서 이에 능통한 전기통신 분야 전문가들과 보위부, 보안서와 합동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지난 한해 한국 드라마를 불법으로 복제해 유포시키던 알판 제작자들을 발본색원하면서 악명을 떨쳤지만, 최근에는 내부 영상물 검열 작업도 수시로 벌여 북한 상류층의 변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109검열 그루빠가 내부 영상물 검열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나?"며 지난해 단행된 여러 숙청 사건들에 대해 거론했습니다.
지난해 은하수 관현악단 예술인 처형 사건이 있은 뒤, 김경호 등 가수들이 부른 노래 CD가 모두 회수됐고, 장성택 숙청 후에는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리영수 당 근로단체 비서 등 장성택의 사람들로 분류된 고위직들이 사라질 때마다 관련 영상들도 걷어갔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통은 "요즘은 하룻밤 자고 나면 사라지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109상무가 CD검열을 한다고 하면 또 누가 죽었구나하고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동부에 정착해 사는 한 탈북자는 "김정은 권력 장악 과정 3년간 북한에서 수많은 간부들이 교체되거나 처형되었다"면서 "그동안 배포된 우상화물도 적지 않기 때문에 정리해야 할 편집물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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