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산 마약을 차단하기 위해 나선 중국 공안이 실적을 쌓기 위해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함정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애매한 주민들이 마약 범죄자로 체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5월, 중국 지린성 옌지(연길)시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던 북한 주민 김승관(가명)씨는 불의에 들이닥친 중국 공안에 체포됐습니다.
자그마한 봇짐을 전달하라는 부탁을 받고 중국 옌지로 갔던 김 씨는 경찰로부터 검신을 받고 졸지에 '마약 밀매자'가 됐습니다.
이 사정에 대해 잘 아는 현지 중국 조선족은 김 씨가 중국 공안의 '함정수사'에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 "지금 통화를 해보니까, 실제 중국 공안이 불시에 들이친다는 거예요. 이번에는 국경 쪽을 완전 초토화를 한 대요...."
이 현지인에 따르면 김 씨는 북한 국경경비대 군관으로부터 "중국 옌지시의 조선족 박 모에게 이 짐을 전달하면 중국 돈 2천위 안을 주겠다"는 유혹에 끌려 봇짐을 가지고 두만강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박 모 씨를 만나기도 전에 중국 공안에 체포되었고, 결국 자기가 들고 왔던 짐 속에 빙두(마약 일종)가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김 씨는 체포 당시 짐 속에 마약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며 중국 당국에 선처를 호소했지만, 마약 밀매자로 찍혀 15년 이상을 감옥에서 살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것입니다.
김 씨에 대해 잘 아는 중국인들은 "북한에 있는 김 씨의 아내가 지금 젖먹이 애를 키우면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지만, 마약 범죄는 워낙 중국에서 엄중하기 때문에 (김씨가)사형을 당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혀를 찼습니다.
마약에 손을 댔다가 억울하게 당한 북한 주민의 이야기는 비단 김 씨뿐이 아닙니다.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자신이 중국에 있을 때도 억울하게 마약 사범으로 잡혀온 북한 주민들을 적지 않게 봤다면서, 그 뒤에는 중국 공안의 조직적인 작간(계략)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진짜 큰놈(마약상인)들은 서로 다 알고 있으니까, 경찰들에게 미끼를 줘요. 이러한 사람이 들어오는데 잡아라, 그러면 대신 자기들은 보호를 받습니다. 북한주민만 억울하게 그냥 이용당해 감옥에 가는 수가 많지요"
중국 공안들이 쓰는 이러한 '갈고리 수법'은 한국으로 가는 탈북자를 잡기 위해 사용되고, 또 마약사범을 잡는데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 탈북자에 따르면 공안들은 실적을 쌓기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마약상들을 잡아서는 "마약 사범 한명을 체포하면 너의 죄를 감면시키겠다"는 달콤한 말로 또 다른 범죄자 사냥에 나섭니다.
중국 공안과 결탁된 마약 상인들은 손 전화를 이용해 북한에 있는 마약 상인들에게 "빙두(마약일종, 아이스)를 가져오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는 말로 다시 꼬드깁니다.
결국 북한 쪽 마약상들은 김 씨처럼 마약을 운반해줄 인물들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굶어죽으나 잡혀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주민들이 목숨을 건 모험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공안들은 이렇게 북한 마약 사범들을 체포하면 승진도 하고 상금도 챙긴다는 게 현지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이 미국 탈북자는 "비록 마약 범죄는 어느 사회에서나 정당화 될 수 없는 범죄이지만, 북한 주민의 경우에는 나라를 잘못 만나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라며 "그 중에는 애꿎은 사람들이 희생자로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