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아편을 가정상비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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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서 빙두(얼음)라고 불리는 필로폰은 일반 주민들에게 마약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데 반해 아편의 경우는 '행복약'이라고 불릴 정도로 마약이라는 인식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함경남도의 한 주민은 “빙두는 마약이지만 아편은 마약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북한주민들이 많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하면서 “아편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농촌에서는 매 가정마다 상비약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약품마저 구하기 어려운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배앓이나 치통, 두통 등이 생기면 이를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법으로 아편을 조금씩 복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편을 가정 상비약처럼 인식하는 주민들이 많고 빙두(필로폰)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을 펴는 북한당국도 아편에 대해서는 의외로 관대한 편이라고 주민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 주민소식통은 또 “아편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자살용 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면서 “행복한 잠에 빠져들다가 세상을 뜰 수 있는 약이라고 해서 ‘행복약’으로도 불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주민 소식통은 “아편을 추출해내는 양귀비를 국가에서 외화벌이 중점사업으로 공을 들여 재배하게 하는 것도 주민들로 하여금 아편은 마약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이어서 “당국이 아편을 빙두처럼 마약이라고 분류해 강력한 단속을 펼 수 없는 속사정이 따로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편을 마약으로 규정하고 단속할 경우 북한이 국가시책으로 재배를 장려하는 백도라지(양귀비)는 무엇이냐는 주민들의 저항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깁니다.

한편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서도 이전과 다름 없이 양귀비 재배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의 함경남도 주민소식통은 “전 주민이 동원되는 모내기전투 기간에도 의과대학과 약학대학 학생들은 모두 백도라지(양귀비)재배 농장에 동원되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