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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한동안 뜸했던 마약제조 및 거래가 다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폐개혁 이후 생활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마약거래를 통해 한꺼번에 목돈을 챙기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2007년부터 계속된 북한사법당국의 초강경 조치로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마약 거래가 최근 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복수의 북한 소식통이 전하고 있습니다.
화폐개혁 이후 생활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꾐에 빠져 목숨을 걸고 마약거래에 나서고 있다는데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연락이 닿은 함경북도 무산시 주민 강모씨는 “지난 4일, 무산군 서풍산 역으로 들어오던 청진-무산간 열차에서 삥두(필로폰) 5kg이 발견되었다”면서 “그 때문에 열차가 서풍산역에 5시간이나 붙잡혀 있었고 무산군 보안원들과 보위원들이 총 출동해 승객들의 짐을 모조리 뒤졌다”고 전했습니다.
강씨에 의하면 이번 사건은 승객들과 술을 마시던 열차보안원이 안주거리로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차장실에 들어가 의자 밑에 있던 짐을 뒤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짐이나 뒤지던 중 배낭속에서 사탕봉지를 발견한 보안원이 함께 술을 마시던 동료들에게 사탕봉지를 가져왔는데 사탕알인줄 알고 포장을 벗겨내니 뜻밖에 그 속에서 필로폰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특히 범인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돼 무산군 보위부에 구속된 검차장이 “청진역에서 낯모를 손님이 중국담배와 술을 주면서 자신에게 짐을 맡겼다”고 증언하면서 범인 검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로 연결된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주민도 지난 2일, 회령시 노동단련대에 잡혀 들어왔던 필로폰 밀매혐의자 6명이 모두 도주한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이들은 모두 친구 사이로 함께 도박을 하며 필로폰을 흡입했을 뿐 아니라 함흥, 청진, 등지에서 들여온 필로폰 흡입기구들을 마약중독자들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최근 한국에 입국한 양강도 출신 탈북자 김정철(가명)씨도 아직까지 북한의 친구들과 전화로 연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화폐개혁으로 돈을 다 빼앗긴 친구들이 한번에 큰돈을 벌기 위해 목숨걸고 마약을 제조해 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철 : 함흥에서 원료를 들여다가 하는데 개인적으로 하는 건 좀 나쁘오.
개인들이 제조하는 필로폰은 함흥제약공장에서 생산되는 필로폰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김정철씨는 북중 국경지역에 마약밀매 수요는 얼마든지 있다고 전하면서 북한 마약생산의 중심지인 함흥시는 마약거래로 지탱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철 : 함흥시가 지금 그걸로 산다고, 그걸로, 함흥시는 그걸로 사는 거요…
이러한 사실에 대해 중국 단동시에 살면서 한때 북한과 마약 밀수를 한 경험이 있다는 한 조선족 여인도 마음만 먹으면 북한의 마약은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조선족 여인 : 우리 집에 그게 엄청 많았어요, 딱 얼음처럼 생겼는데, 얼음사탕처럼…
자유아시아 방송과 통화한 북한 주민들과 중국 조선족 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신의주 마약 밀수꾼들이 함흥시 마약장사꾼들로부터 넘겨받는 필로폰 가격은 1그램 당 북한 돈 150원이며 이를 다시 중국 밀수꾼들에게 넘길 때의 가격은 중국인민폐 100원으로 이는 북한 돈 1만 5천원 상당입니다.
중국 마약 상인들은 이렇게 헐값으로 사들인 북한 필로폰을 대련, 광주, 청도를 비롯한 중국내에 그램 당 500원이 넘는 고가로 유통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폐개혁으로 근근이 저축한 돈을 몽땅 잃은 북한주민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마약제조 및 밀거래에 나서면서 국경도시의 마약밀매는 북중 관계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