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강경책 병행하는 북한 Q/A]

북한이 9월에 들어 한국과 미국에 유화책과 강경책을 아울러 쓰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내놓았던 유화책이 잘 먹혀들지 않자 이 유화책을 그대로 유지한 채 강경책을 함께 구사하고 있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허형석 기자, 북한이 요즘 한국과 미국에 강경책과 유화책을 함께 펼치는 양면 전술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무슨 이야기입니까?

허형석:

북한은 작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탐색을 끝내고 10월부터는 강경한 대남 노선을 취해왔습니다. 올해 1월 업무를 시작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관찰하고 나서 역시 강경한 기조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8월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태도를 바꿔 한국과 미국에 대해 유화일변도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유화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9월에 접어들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인 미국에 서한을 보내 핵 문제와 관련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같은 행태는 북한이 강온양면 전술로 선회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해 주시죠.

허형석:

북한의 강경한 조치는 작년 12월부터 본격화합니다. 북한은 12.1 조치를 발표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의 육로통행과 체류를 제한하는 한편 남북 당국 간의 통신도 끊었습니다. 또 서해북방한계선(NLL)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군사 도발의 가능성까지 비쳤습니다. 올해 4월에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5월에는 2차 핵 실험까지 실시했습니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7월 4일에는 미사일 7기를 동해로 발사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부시 행정부보다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한 노선을 취하자 미국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강온양면 전술은 북한이 이렇게 강경일변도에서 유화책으로 돌아섰다 기존의 유화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강경책을 함께 쓰는 기조로 방향을 바꿨다는 이야기입니까?

허형석:

네, 맞습니다. 북한 관측통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갑작스런 방향 선회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8월에 들어서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불러 억류했던 미국 여기자 2명을 풀어줬습니다. 한국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초청해 금강산/개성 관광의 재개, 개성공단의 활성화 의사 등을 밝혔습니다. 이보다 앞서 137일 동안 억류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를 돌려보냈습니다. 개성과 금강산의 통행과 체류를 제한했던 조치도 해제했습니다. 이와 함께 동해에서 나포했던 연안호와 선원을 송환했습니다. 9월 2일에는 서해지구의 남북 군 통신망을 정상화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그 다음날인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인 미국에 편지를 보내 “우라늄 농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마무리) 단계에 있고 폐연료봉 재처리로 추출된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북한은 이처럼 유엔 안보리 의장국에 편지를 보내 강경책을 아울러 구사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허형석:

서한의 발송은 국제적으로 진행되는 대북 제재 국면을 바꿔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는 제재 국면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위에서 말씀을 드린 대로 북한은 8월 한달 동안 전방위로 평화공세를 펼쳤는데도 미국과 한국의 반응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관심을 끌기 위해 일단 ‘경고장’을 보낸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다수 전문가는 북한이 미국에 양자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도를 전달한 것으로도 진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항상 양자회담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이번 서한은 북한이 내놓은 일련의 유화책에 미국과 한국이 거의 무반응으로 일관한 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고도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이 안보리 의장국에 보낸 서한의 성격은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대한 엄포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까?

허형석:

아닙니다. 그렇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유엔에 주재한 북한 대사가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편지는 6월 13일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 나온 일련의 핵 개발 계획보다 더 앞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편지가 외무성 성명보다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북한은 편지 여러 군데에서 핵무기를 추가로 제작하고 있고 새로운 핵무기 연료의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앵커:

북한은 이처럼 유화책과 강경책을 아울러 구사하기 이전엔 어떤 이유에서 유화일변도의 태도로 나왔습니까?

허형석:

현인택 한국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서 그 이유가 비교적 잘 드러납니다. 현 장관은 8월 2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비공개 간담회에 나와 “북한이 식량난에 봉착하고 보유 현금도 감소하는 등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벼랑 끝 전술을 통해 국제 사회를 압박해 보상을 받아 오는 행태를 보였던 북한이 제2차 핵 실험 이후 미국과 한국의 대응이 자신들의 예상보다 강력하자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유화책으로) 입장을 바꾼 것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북한이 직면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 1874호는 북한에 상당한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이는 일종의 고사(枯死) 작전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어려운 국면을 벗어나려면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유화책을 쓰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은 달러 상자입니다. 관광을 재개하고 싶다는 북한의 의사 표시는 이런 경제적 이득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한국이나 미국 정부는 북한의 이런 행태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허형석: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의 강온 공세를 북미 간의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보고 신중히 반응합니다.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6일 한국 당국자와 회담한 뒤 “북한이 강온양면 전술을 구사하지만 근본적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인택 한국 통일부 장관은 “핵 문제와 6자회담에 대한 태도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의 유화적인 자세는 근본적 변화라기보다는 전술적 변화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두 나라는 ‘하루가 멀다고’ 변화하는 북한의 이 같은 행태를 아직 의혹의 눈길로 바라 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 유화책과 강경책을 아울러 구사하는 배경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