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미국인 "북 음주운전 실태 심각"

MC:

발전된 나라들에서 음주 운전은 법적으로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운전사들이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현상은 예사로운 일입니다.

보도에 정영기자입니다.

얼마 전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 서부 지역의 한 미국인은 “북한 운전사들이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 미국인은 “(자기 일행의)편의를 보장하기 위해 배치된 3명의 버스 운전사 중 두 명은 점심시간에도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 아주 걱정스러웠다”고 방북 소감을 이야기 했습니다.

북한 운전사들의 신변보호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이 미국인은 “외국인들을 태우고 다니는 버스 운전사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걸 봐서 북한의 음주운전 실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미국인은 평양거리에서 교통 보안원들을 보긴 했지만, 외국인 전용 버스를 단속하지 않아 음주 운전사들이 무난히 통과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운전사를 지내다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도 음주 운전은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술 마시고 운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예요. 군대에 있을 때 나도 술 마시고 운전해봤어요. 술을 마시고 취하는 정도는 아니고, 막 술기가 오르는 정도로 2~3잔 정도는 그냥 마시지요”

그는 “북한 교통안전법에도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로 자동차를 운전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워낙 술 문화가 뿌리 깊어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운전사들이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돼도 보안원들에게 뇌물을 건네면 쉽게 풀려나고, 또, 간부 차의 경우에는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차가 별로 없는 북한에서 교통사고는 대체로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에서 가장 큰 음주 교통사고는 2003년 12월 22일 저녁에 발생한 ‘옥류교 버스 추락사건’이라고 한 고위층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에 따르면 대동강구역을 출발한 대형버스는 승객 200여명을 태우고 옥류교를 건너다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대동강으로 추락했습니다.

당시 퇴근시간이서 버스에는 직장인들과 평양연극영화대학 학생들, 음악무용대학 학생들로 발 디딜 자리가 없이 빼곡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젖먹이 아기엄마까지 올랐다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해주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당시 추락한 버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물버스’로 알려졌습니다.

이 탈북자는 “새 버스가 쉽게 고장 날 리 없고, 더욱이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인도로를 타고 올라 버스가 추락할 정도면 운전사의 숙취상태가 보통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음주 운전 사고는 고위급 간부들 속에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 중반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일 전 위원장의 비밀파티에 참가했다 술에 만취된 채 벤츠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던 중 가로수를 들이받아 중태에 빠진 경우가 있었고, 2000년 초에는 김용순 노동당 대남비서가 음주운전을 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