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군복 등 북한 물품 ‘이베이 경매’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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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eBay)에 신년 달력에서부터 군복에 이르기까지 약 1 천400 점의 다양한 북한 물건이 경매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신비에 싸인 나라인 북한에 대한 호기심으로 경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이베이 사이트(www.ebay.com)에 들어가서 영문으로 ‘North Korea’나 ‘DPRK’를 쳐 보면 1천 400 점이 넘는 북한 물품이 자세한 제품 설명을 곁들인 사진과 함께 올라와 있습니다. 이 가운데 450 여점은 이미 경매에 부쳐져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베이 사이트에 올라온 북한 물품들이 300-400여 점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거래량이 4-5배 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경매에 부쳐진 북한 물품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종류는 화폐나 우표 등 기념품입니다. 판매자가 있는 곳은 중국과 러시아, 미국, 유럽으로 다양합니다. 대부분 북한을 여행한 적이 있는 외국인들이경매에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경매에 부쳐진 북한의 기념품 가운데는 국제 우편물의 직인이 찍힌 북한 우표나 이미 사용한 고려항공의 비행기 좌석표, 혹은 외국 여행객들에게 지급하는 외화 교환표 등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판매자들은 북한의 폐쇄성으로 구하기 힘든 기념품이라고 소개하며 구매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앞서 이베이 경매 사이트에서 북한 돈을 판매한 어느 영국인 판매자는 주로 유럽이나 미국 등에 거주하는 수집가들이 북한 돈을 구입해 간다며 북한 화폐는 희소 가치가 있다고 전자 우편을 통해 밝혔습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자가 늘어나면서 외국인들이 소장한 화폐나 우표 등 기념품 수준의 북한 물품들은 경매가가 주로 미화 5달러 미만으로 높지 않으며 경매에 참여하는 구매자도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이에 반해 북한 주민들이 직접 사용한 흔적이 보이는 오래된 손목 시계나 인민군 군복, 모자 등은 수백 달러에 이르는 고가에 경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판매자가 거주하는 곳은 주로 중국 단둥과 심양 등 동북3성 지역으로 조선족이나 북중 무역을 하는 상인들이 소장한 물건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반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노력 훈장과 자유 독립 훈장 등 훈장도 30여 점이나 경매에 부쳐져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영웅 금별 메달은 무려 미화 2천 500 달러의 가격이 매겨져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중국에 거주하는 이 메달의 소장자는 북한에서 만들어진 훈장이 아닐 경우 모두 환불한다는 조건을 덧붙여 진품임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북한에서 제작한 음반이나 영화, 책자는 물론, 개인이 북한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승용차나 트럭의 번호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품이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귀해서 일반 주민들도 구하기 힘들다는 2010년 달력도 이베이에 등장했습니다. 북한의 명승지 사진이 실려있는 이 신년 달력은 내놓은 지 사흘만에 다 팔려 벌써 품절입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승옥(가명) 씨는 이베이에 올라온 다양한 북한 물품들에 대해 어떻게 외부로 유출됐는지 모르겠다며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김 씨는 이베이에서 팔리는 물품 가운데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짜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전반적으로 북한 물품의 거래가 증가했다는 점은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국경봉쇄가 느슨해 지고 물품의 반출도 늘어났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권위의 상징인 군복이나 훈장 등이 인터넷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고가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은 충성심보다는 돈이 더 중요하다는 북한 주민들의 달라진 민심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베이는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이후 현재는 전 세계 50여개 국의 2억만 명의 회원이 가입했으며 연간 거래량이 6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시장입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이베이를 통해 물건을 직접 혹은 경매를 통해 사고 파는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