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는 8월부터 시범적인 새 경제관리 체계를 도입한다고 선전하던 북한이 갑자기 주춤거리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새 경제관리 체계를 둘러싼 내부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시행 시기나 방법을 두고 고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8월부터 새 경제관리 체계를 부분적으로 도입할 것이라며 서두르던 북한이 갑자기 뜸을 들이는 모양새입니다. 간부들에게도 새 경제관리 체계에 대한 언급을 삼가라는 지시가 내려져 주민들의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대학생 소식통은 “김정은의 공화국 원수칭호 이후 새 경제관리 체계에 대해 혼란을 줄 수 있는 언급을 일체 삼가라는 지시가 내렸다”며 “새 경제관리 체계와 관련해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지시가 내려 혼란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정은 원수추대 중앙경축대회에 참석했던 각 도당책임비서들과 내각 책임일꾼들로 ‘새 경제관리 체계’관련 회의를 열었었다며 이 회의에서 도당책임비서들이 내각 간부들과 날카롭게 대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새 경제관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방침에는 모두가 찬성했지만 도입시기와 방법을 놓고 당장 시범적인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는 내각 간부들의 주장과 식량문제가 조금 풀리는 가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도당책임비서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도당책임비서들은 현재의 상황이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 조치’를 도입했던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며 지금 당장 시범적인 시행에 들어 갈 경우 ‘7월 1일 경제관리 조치’ 때에 경험했던 혼란과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김정은 정권도 이날 회의에서 쏟아져 나온 논란들을 의식해 ‘새 경제관리 체계’를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과 함께 시행 시기나 방법에 대해 저울질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당장 새 경제관리 체계를 도입한다고 소란을 피운 후과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로 돌아가 식량난을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어쩌지도 못하며 요란을 피우다가 쌀값만 턱없이 높여 놓았다”며 “새 경제관리 체계 소식이 전해진 후 식량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 웬만한 집들은 모두 ‘강냉이국수 죽’으로 끼니를 에우는 형편”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소식통은 “당장 식량 살 돈이 없어 무게 800그램밖에 안 되는 강냉이 국수로 죽을 쑤어 온 식구들이 하루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며 “강냉이국수를 조금 넣고 거기에 남새(채소)나 산나물을 넣어 푹 끓인 죽을 ‘강냉이국수 죽’이라고 부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