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최근 들어 서구인들이 북한의 대학가를 탐방하거나 반대로 북한의 학생들이 외국의 교육 환경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동안 내부 사정이 외부 세계에 공개될까봐 북한 당국이 극히 제한했던 교육 문호가 이제는 관광 상품으로까지 등장했습니다.
정보라 기자의 보돕니다.
북한 관광이 과거 단순한 시내 관광에서 최근에는 교육 관광이라는 특수한 명목으로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고 있습니다.
북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일리노이주의 ‘아시아태평양 여행사’는 최근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 북한의 대학가를 탐방하는 새로운 여행 상품을 소개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여행사의 월터 키츠 대표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 프로그램이 이르면 6월쯤 첫 선을 보이며, 북한의 교육 환경을 엿보는 것이 주목적인만큼 참가자도 대학 교수나 박사 과정의 학생으로 제한해 이들의 전공분야에 맞는 북한 대학 탐방 행사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명의 미국인이 운영하는 비영리 교육 행사 ‘평양 프로젝트’. 올 여름 두달 간 북한의 명문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북한어 강좌를 배우는 ‘씽크(THiNK)’ 프로그램과 북한 전반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의 ‘대표단(Delegations)’ 프로그램 등 4가지 북한 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양 프로젝트’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씽크’ 프로그램은 참가 외국인들이 2개월 간 북한어를 배우면서 동시에 이 대학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언어 교환을 주 내용으로, 현재 신청자를 접수 중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 북한 당국의 최종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참가 예상비가 무려 5천 달러에서 6천 달러나 해 여느 북한 관광 비용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오는 6월과 8월로 일정이 확정된 ‘대표단’ 프로그램의 경우 오후에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원산농업대학 등을 방문하면서 북한 전반에 대해 알아가는 행사를 가지고 저녁에는 평양과 남포, 개성 시내관광을 하는 여느 관광행사와 다름없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또 중국의 한 관광사는 서구인들에게 북한의 주체사상을 가르쳐주는 관광상품을 선보였습니다. 이번 관광은 1주일에서 2주일간 북한 노동당 간부로부터 주체사상 강의를 듣고 시내 관광을 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한편 외국인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과는 반대로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그동안 북한과의 학술교류를 추진해 온 미국의 비정부기구 ‘조선교류(Choson Exchange)’는 북한 학생이 모국을 떠나 해외에서 연수를 받거나 외국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교육 관광에 초점을 맞춘 북한 관광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한미경제연구소의 그렉 스칼라튜 연구원은 이는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연구원:
이처럼 북한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외국인 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80대까지 북한은 동유럽의 구공산권 국가들과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김일성대학에서 학사 자격을 주곤 했습니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북한은 외국인에게 북한어를 가르치는 기술도 갖고 있습니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북한대학교 대학원의 류길재 교수도 새로운 관광 상품 개발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에 열을 올리는 북한의 최근 동향을 외화벌이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류 교수:
최근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외부 세계로부터 단절된 여러 지원을 메꾸기 위한 방편입니다. 금강산, 개성 관광도 모두 중단된 데다, 예전처럼 미사일이나 핵무기를 팔아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입도 많지 않은 상황을 볼 때, 북한은 지금 총체적인 외화난에 빠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