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위성 궤도 진입은 그 동안 별로 내세울 변변한 치적이 없었던 김정은 체제의 안정에 일정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고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면서 주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의 로켓 발사가 북한 내부에 미칠 영향과 그 전망을 박정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북한이 12일 정오부터 관영매체를 통해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서면서 평양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이날 평양발로 시내 고려호텔의 식당에서 종업원과 손님들이 손뼉을 치는가 하면 일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들뜬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로켓 발사 강행으로 북한이 의도했던 내부 결속 효과가 일정 부분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전체적으로 북한 체제가 내부적으로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북한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이 체제가 영구히 생존할 수 있다는 걸 자꾸 주민들에게 확신시켜줘야 한다는 건데요, 일단 이번에 미사일 발사가 성공한 건 그런 측면에서 내부적으로 일종의 체제의 강고함, 영구성에 대한 신념을 보태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출범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김정은 정권에 큰 힘이 됐고 북한 군부의 입지도 강화됐다는 겁니다.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고 그리고 자기가 이끌어 가는 한 북한이 성공할 수 있다는 실적을 증명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군부와 관련해서는 지금 전체적으로 개편중인데요, 과거에 이영호 중심이었던 그룹이 물러나고 있고 새로운 그룹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그룹도 역시 전체적으로 강경파일 것으로 생각되고 이번에 미사일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군부의 내부적인 위신이나 발언권이 강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반면, 체제 내부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한국 북한대학원대학교 류길재 교수는 ‘김정일의 유훈’을 앞세운 북한의 로켓 발사와 성공이 결국 비합리적이고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북한식 의사결정을 보여줬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류길재 교수: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김정은 정권이 로켓을 쏘지 않았다고 해서 불안정하거나 정권 기반이 약하다거나 그렇게 보이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체제 내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것은 사실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생각되구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고 하는 것은 외부세계의 시각에서 봤을 때는 역시 북한식의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고비용의 정치적 이벤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류 교수는 현재도 삶을 꾸려나가기에 힘이 부치는 북한 주민들로선 로켓으로 김정은 체제 우상화와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긍정적으로 비쳐지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류길재 교수: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을 김정은 후계구도와 연계시켜왔고 올해를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 이렇게 목표연도까지 설정해 선전해왔지만 지금 뭐 북한이 이룩한 게 과연 강성대국 건설이라고 하는 그런 목표에 부합한다고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 이건 외부세계뿐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주민들조차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저는 봅니다.
특히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북한이 로켓발사를 강행함으로써 예상되는 경제제재 강화와 고립 심화는 결국 고스란히 주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반면, 역설적으로 이미 많은 제재 아래 놓여 있고 제재에 적응해 있다고 볼 수 있는 북한에 추가적인 제재가 가해지더라도 크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는 북중 양국 간 경제협력이 중국의 필요에 의해서 진행중인 측면이 강한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미국 MIT대 존 박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존 박 연구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중국에겐 분명히 우려할 만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과 더 긴밀해지고 있고, …, 현재 점점 더 많은 북한 기업과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미 중국 국내 경제의 중요한 일부가 된 거죠.
로켓 발사와 위성 궤도 진입 성공으로 내부 결속을 강화한 북한은 당장 내년 1월1일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대외적으로 대대적인 평화공세, 그리고 대내적으로 경제제일주의를 내세울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가뜩이나 부족한 재원을 핵과 로켓 개발에 쏟아붓다시피한 북한이 말뿐인 ‘경제개선’ 구호로 언제까지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