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선 절도 늘어 전력난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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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의 국경지역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밀무역이 성행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동 밀수출이 북한의 전력난을 심화시키는 원인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벌어지는 밀무역 형태 중 가장 오래되고 밀수업자들간에 수지맞는 거래로 알려진 것이 바로 구리(銅) 밀수입니다.

중국과 북한의 구리 값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북한의 밀수출업자나 중국의 밀수꾼에게 짭짤한 이익을 보장해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 전역에서는 동이 들어간 갖가지 금속제품들이 중간 상인들을 통하여 중국 국경지역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 전역에서 동 조각을 모으는 것은 귀한 돈벌이가 되고 있으며 일부 주민들이 동으로 만든 전선줄을 몰래 훔쳐내다 파는 바람에 가뜩이나 열악한 북한의 전기공급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중 국경지역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 최 모씨(40.남)는 “조선에서는 동이라는 동은 밀수업자들이 다 모아서 중국 업자들에게 팔아먹는 바람에 이제는 전선줄마저 남아 나지 않는다” 고 말하며 “현재 조선의 전선줄 상당수가 동선(銅線)이 모자라 철선(鐵線)으로 교체된 곳도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전선줄이 철선으로 바뀌면 동선에 비해 전기 전도율이 낮아 전류의 소모가 많기 때문에 가뜩이나 열악한 조선의 전기사정을 더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최씨는 설명했습니다.

최 씨는 또 “전선 도둑질은 그래도 양반”이라면서 “변압기를 통째로 도난당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잡히면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것을 잘 알면서도 이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조선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말해 북한주민들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저지르는 사건임을 강조했습니다.

국경지역에서 동 밀수를 한 경험이 있다는 중국인 오모씨는 “조선과의 밀거래 중에서 동 밀수는 수지가 맞는 장사임에는 틀림없으나 최근엔 조선에서 나오는 동의 양이 확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동 밀수를 하면 얼마나 이익을 남기느냐는 자유아시아 방송(RFA)의 질문에 “동의 종류에 따라 값이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순동(純銅)일 경우는 1kg에 20위안 정도에 사는데 팔 때는 40위안 이상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청동이나 황동은 그보다 값이 좀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단동에서 발생한 중국 밀수업자의 북한군 총격에 의한 사망사건도 구리를 밀수하던 사람들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97년에는 신의주에 있는 김일성 동상의 다리 한쪽이 절취 당해 중국으로 밀반입된 사건이 불거져 동 밀수출을 둘러싸고 북-중간 대립의 양상까지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