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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정전과 전압변동으로 인한 컴퓨터와 전자 기기들의 사고가 빈발하면서 북한 당국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걸 내놓았다는데요.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대책이 정전시간을 사전에 통보하는 것 이라는 얘기입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잦은 정전과 불규칙한 전압으로 주민들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 당국이 추구하는 각종 정보산업현대화 사업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데요.
급기야 북한당국이 전력부문에 대책마련을 위한 지시문이라는 걸 내려 보냈는데 그 내용이 ‘정전시간을 사전 통지’하라는 것이어서 관계부분 일꾼들과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북한 신의주시에 거주하는 한 소식통은 “지난 7월 20일 ‘정보화 산업시설 보호 대책에 관한 중앙당(노동당) 지시문’이 전력공업성에 내려왔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예고 없이 정전을 시켜 정보화 산업시설들에 피해를 줄 경우 주변 변전소, 송배전소, 발전소 일꾼들은 물론 전력공업성 일꾼들까지도 엄격한 연대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지시문의 내용을 전했습니다.
그는 잦은 정전과 전압변동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산업분야라면서 정전으로 인해 사실상 정보산업분야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북한 당국은 정보화시대를 외치며 컴퓨터시설들과 함께 국내 인터넷망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고 철도성과 황해제철소, 김책제철소를 비롯한 산업시설 전산화 작업도 빠른 속도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처럼 거금을 들여 마련한 전산망과 인터넷망이 전력부족으로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관계부분 일꾼들 사이에서 기존의 수동적인 체계를 복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또 다른 소식통은 “정전시간을 사전에 예고하라는 지시는 이전에도 여러번 내려왔다”면서 “다만 이전 지시문에서는 특별히 책임소재를 거론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책임을 따지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다 강경해진 지시문의 내용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혜산시의 소식통은 전력사정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철도부문이라고 밝히고 철도는 한 곳만 정전이 되어도 비상상황에 직면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도 이런 사정 때문에 철도부문에는 기존의 수동연락체계와 전산체계를 함께 유지하고 있지만 갑자기 정전이 되면 혼란을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북한 당국이 지방마다 컴퓨터 봉사소를 설립하고 중앙과 지방간의 인터넷망을 구축했다고 하나 이는 여름 한철에만 일시적으로 가동될 뿐 겨울에는 작동이 거의 중단된다는 것이 신의주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그는 “겨울철엔 아예 전기를 주지 않는데다 준다 해도 전압이 너무 낮아 애초에 컴퓨터를 작동할 수 없다”며 “또 여름철이라 해도 갑작스런 정전으로 작업중이던 문서가 다 날라가 버리고 컴퓨터 운영체계까지 파손되는 일이 수없이 되풀이 된다”고 말해 전력사정으로 인한 전산망 피해가 속출하고 있음을 전했습니다.
북한 소식통들은 이번에 내려온 정보화 산업시설 보호 대책에 관한 노동당 지시문에 대해 전력공업부문 일꾼들의 반발이 거세다면서 낡은 전력시설에 대한 보완대책은 세우지 않고 처벌부터 앞세우겠다는 당국의 행태에 대해 주민들도 기막힌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혜산의 소식통은 노동당 지시문을 내리게 된 배경에 대해서 “어느 군 사령부의 초대형 컴퓨터(슈퍼컴퓨터)가 갑작스런 정전 사고로 완전 파손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그 때문에 강경한 지시문이 내려오게 된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