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가정용 적산 전력계 대량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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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중국의 민간 업자를 통해 가정용 ‘적산 전력계’ 그러니까 전기 계량기를 대량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한 달 동안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 요금은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합니다. 분기별로 한 번씩 전기 요금을 내지만 워낙 정전이 잦은데다 요금도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대별로 전기 사용량을 측정하는 ‘적산 전력계’가 아예 없는 집이 많고 전력계가 있다 해도 80년대에 설치된 고물이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전기 요금을 받으러 다니는 배전반 직원도 전력계는 아예 쳐다보지 않고 집안에서 사용하는 전등 숫자로 대충 요금을 징수하는 형편입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일상적인 정전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으면서도 전기요금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다고 합니다. 또 요금체계가 이렇다보니 가정들에서는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만큼은 전기를 아끼지 않고 마음대로 씁니다.

친정집이 평양에 있다는 화교 장 모 씨는 “북한 주민들은 전기 사용량이 많든 적든 전기 요금은 비슷하기 때문에 전기가 들어올 때 아껴 사용하면 마치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북한전력부가 중국의 민간업자를 통해 가정용 ‘적산 전력계’를 대량 구입한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전력부가 올봄부터 지금까지 중국 심천에서 생산되는 ‘적산전력계’ 수 만개를 수입해 갔고 앞으로도 계속 들여갈 계획이라고 자유 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신의주 주민 한 모 씨는 “북한 당국이 각 가정에 적산전력계를 설치하여 현재 주먹구구식으로 징수하고 있는 전기요금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최근 중국방문에 나선 평양 주민 조 모 씨도 “현재 평양의 일반 가정에서는 전기계량기를 보기 어렵다”면서 “요즘 수입하는 적산 전력계는 새로 건설 중인 평양의 10만 세대 아파트에 설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짐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 짓는 집들에 먼저 적산 전력계를 부착하고 대도시부터 점차적으로 설치 범위를 확대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럴 경우 국가재원이 모자라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적산전력계 설치비용을 부담 시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다른 평양 주민 오 모 씨는 “북한의 전기사정이 워낙 나빠서 전기계량기를 설치하는 목적이 전기소비를 줄이려는 것 보다는 전기 요금을 대폭 올려 전기생산비를 충당해보자는 데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함경북도 주민 류 모씨는 “원래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전부터 전기 배전부에 돈을 고이고 산업용 전기선에 접속해 도둑전기를 사용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전기계량기를 통해서만 전기가 공급되도록 철저한 관리를 한다면 조금이라도 전기를 아낄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면서도 “북한의 배전설비나 전기설비가 워낙 낡아서 적산전력계가 제대로 작동할지 불투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