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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부진한 가을 알곡털이를 독려하기 위해 전기를 농촌지역에 최우선적으로 공급하는 바람에 도시지역의 전기 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도시들의 열악한 전기사정 탓에 중국 변경도시의 전기용품 판매상들은 뜻하지 않은 호황을 맞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가을 알곡 털이작업을 위해 북한 당국이 그동안 도시지역에만 공급하던 전력을 농촌지역에 집중 송전하고 있어 도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을 오가며 소규모 보따리 무역을 하는 평양 주민 진 모 씨는 “평양에서도 일반 주민지역에는 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 밖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농촌의 알곡 털이가 끝나는 이달 말까지는 이런 답답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방문차 나온 신의주 주민 장 모 씨도 “요즘엔 초저녁부터 신의주 시내 전체가 암흑천지”라며 “발전소 건설을 많이 한다고 매일 선전하는데도 전기사정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는 게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북한의 막바지 알곡털이 작업으로 인해 도시지역의 전기사정이 갑자기 악화되자 중국 접경지역에서 북한을 상대로 전기용품을 파는 상점들은 뜻하지 않던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중국 단동의 한 대북 소식통은 “요즘 단동 해관 주변의 전기용품 상점에서 충전식 조명기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어 상인들이 신바람 났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한 개에 수백 위안에서 2천 위안이 넘는 하는 다양한 충전식 조명기를 평소에는 거의 찾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요즘엔 물건이 없어서 못 팔만큼 인기가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야외에 놀러 갈 때나 길거리 노점상들이 주로 사용하는 간이 충전식 조명기가 전기 사정이 나쁜 북한 주민들에게는 가정용 조명기로 요긴하게 사용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충전식 조명기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 조명등 한두 개를 켤 수 있는 가장 눅은(싼) 것이 4~5백 위안이고 조명시간이 긴 고급제품은 2천 위안을 훌쩍 넘어 일반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북한 주민들은 증언합니다.
충전식 조명기는 1~2시간 정도 충전하면 보통 7~8시간의 조명은 거뜬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편의성 때문에 북한의 일반 가정뿐 아니라 공사장이나 전기 공급이 부족한 야전 군부대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