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자 집 놓고 북 주민들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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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이른바 ‘폭풍 군단’으로 불리는 북한의 특별 검열조는 탈북자 가족 등 주민들을 산간 오지로 무차별 추방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추방되면서 생긴 빈집을 차지하기 위한 현지 주민들의 쟁탈전이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세상사는 것이 정말 무섭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한 청진시 주민 류 모 씨가 자유 아시아 방송(RFA)기자를 만나자 마자 한숨과 함께 내놓은 첫 마디입니다.

그는 국경연선에서 진행 중인 ‘폭풍 군단’ 검열에 걸려 추방된 사람들이 남겨두고 간 빈 집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현지주민들의 쟁탈전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빈집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은 지역 당 책임비서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른 경쟁자를 음해 모략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얘깁니다. 류 씨는 그러나 추방자의 빈집을 노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택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집 없는 사람들이라며 결국 주민들을 피도 눈물도 없는 싸움꾼으로 만드는 것은 실패한 북한체제라고 말했습니다.

양강도에서 왔다는 북한 화교는 “양강도에서 50가구, 또 혜산시에서만 27가구가 추방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화교는 또 “검열조가 들이닥쳐 대상자를 추방하는 작업이 보통 한밤중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옆집에서도 날이 밝은 후에나 누가 추방됐는지 알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추방된 주민들은 보통 산간 오지 농장의 ‘농장 선전실’ 공터에 보내지며 당장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임시 거처조차 없이 버려지다 시피 추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초부터 국경 연선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풍 군단 검열은 추방 대상이 광범위하고 추방된 주민과 세대수도 대규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약 밀매자, 인신 매매범, 중국 휴대 전화를 사용하다가 여러 번 적발된 사람과 탈북자 가족이 추방 대상입니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탈북자 가족의 추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소식통들은 또 지금까지 탈북자로 판명되지 않은 실종자 세대는 추방대상에서 제외되었으나 이들 중 평소 보위부 등에 밉보인 세대는 이번 검열에서 탈북자 세대로 분류돼 추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복수 소식통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달 초순, 양강도 국경 연선지역에서 시작된 폭풍 군단 검열은 자강도, 함경북도, 평안북도 지역까지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