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상원의 세출위원회는 14일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국무부가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는 데 필요하다며 요청한 예산 9,500만 달러를 전액 삭감했습니다. 애초 국무부는 북한이 6자회담 합의에 따라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북한에 중유 또는 이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지원하기 위해서라며 '경제지원기금(ESF)' 항목으로 9,500만 달러를 요청했습니다.
상원 세출위원회는 대북 에너지 지원용으로 요청됐던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북한 정부가 6자회담 합의 (이행)에 복귀한 이후라야 관련 예산(의 승인)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북한이 6자회담의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승인하는 전제 조건으로 명시했습니다.
상원 세출위원회 대니얼 이노우에 위원장: Bill does not include any fuel-related assistance to North Korea….
상원 세출위원회는 또 에너지부가 북한의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폐기하는 용도로 요청한 국립 핵안보국(NNSA)의 예산 3,450만 달러를 북한의 비핵화에 지원하는 대신, 북한을 포함해 각국의 핵개발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쓰도록 용도를 변경해 승인했습니다. 위원회는 “북한과 이란 그리고 다른 나라의 활발한 핵 계획을 고려하면 핵개발과 관련한 정보 역량(intelligence capability)을 끌어올리는 게 시의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가 대북 에너지 지원 외에 북한의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폐기하는 용도로 요청한 ‘비확산과 군축기금(NDF)’ 항목의 예산 4,700만 달러는 삭감 여부가 즉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원 세출위원회는 국무부 군축기금 항목의 전체 예산 9,700만 달러 중 2,000만 달러를 삭감해 북한의 비핵화 예산을 전액 삭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하원 세출위원회가 지난주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애초 북한의 비핵화 예산으로 국무부가 요청한 4,700만 달러 중 2,350만 달러를 삭감하고 나머지 2,350만 달러를 다른 나라의 비핵화를 위한 예산으로 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의회가 대북 에너지 지원에 사용하려 했던 예산을 포함해 북한의 비핵화에 필요한 예산을 사실상 전액 삭감했지만 북한이 앞으로 6자회담 합의만 이행한다면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의회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무장관이 상황 변화에 맞춰 예산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며 “결국 관건은 북한의 합의 이행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하원은 14일 오후 본회의에서 총 967억 달러 규모의 올해 추경예산안을 표결 끝에 368대 60으로 승인했습니다. 상원은 빠르면 다음 주에 본회의에서14일 세출위원회를 통과한 추경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