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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인민군 초모(입영)행사를 크게 치루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초모생들을 바래는(보내는) 부모들의 눈물이 행사에 동원된 주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데요.
관련된 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23일, 건군절을 맞으며 혜산역에서 진행된 양강도 초모환송식이 의외로 조촐하게 치러졌습니다. 혜산예술선전대와 혜명중학교 기악조 학생들이 나와 축하곡을 연주했지만 정작 별도의 환송군중은 없었다고 현지 주민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 혜산시의 한 주민은 “입대하는 군인들을 바래 우느라 온 역전이 울음바다가 되었다”며 “초모행사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별도의 환송행사는 조직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양강도 주민은 “지난해 봄에 (황해남도 당 책임비서였던) 최룡해가 초모행사장을 둘러보고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보고를 했다”며 “그의 보고를 받고 (김정일이) ‘행사를 크게 조직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해마다 수많은 학생들과 주민들을 동원해 초모생 환송행사를 요란하게 조직하던 북한이 지난해 봄부터 갑자기 행사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초모행사를 조직하지 못하는 배경은 군 복무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양강도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군 복무기간 사건사고나 군관(장교)들의 가혹행위로 목숨을 잃는 병사들이 많은데다 많은 군인들이 영양실조와 각종 질병으로 군 복무 중 사망해 부모들이 자식들의 군 복무를 크게 걱정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함경북도 청진시 소식통도 “최근 초모행사를 크게 치르지 말데 대한 내부 지시가 각 군사동원부와 도당에 내렸다”면서 “대신 군 입대생들이 밝은 마음으로 떠날 수 있도록 초모생 부모들을 상대로 교양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청진시의 경우, 23일에 진행된 2차 초모생 환송 사업을 위해 군사동원부에서 매 입대생 부모들을 불러 환송행사장에서 절대로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받아두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환송열차가 떠날 땐 “온 청진역이 통곡소리로 넘쳐났다”며 “마치도 왜정 때 징병에 끌려가는 영화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2012년 ‘조국통일’을 떠들며 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지만 초모생들을 바래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김정일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과 북한군대의 현실이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