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조류·환경학자, 북한에 환경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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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머물며 동북아시아 희귀 새들을 연구하는 영국 환경단체 소속의 조류학자는 북한도 멸종 위기의 새를 보호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중국 베이징에 머물며 중국과 북한의 새를 연구해 온 테리 타운셴드 씨는 최근 단둥과 다롄 지역 탐사를 통해 희귀종인 북한 새들을 관찰했다고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타운셴드

: “압록강 주변은 새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지난달 중순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세계적인 희귀종인 호사비오리 무리를 확인했고, 직바구리나 곤줄박이, 검은대머리수리 등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새들이 많았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비정부 환경단체 ‘글로브 인터내셔널’의 연구원인 타운셴드 씨는 북한이 한국이나 중국보다 산업화가 덜 진행됐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던 새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타운셴드 씨는 북한의 새 10마리 중 8마리가 철새라면서 이것은 북한의 지리적인 위치와 습지가 많다는 서식환경과 관련 있다고 말했습니다.

철새는 국경을 초월해서 이동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관심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면서 번식하는 지역과 추운 겨울을 나는 월동지, 그리고 이동을 위해 거치는 경유지 등 북한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타운셴트 씨는 강조했습니다.

타운셴드 씨는 북한 당국이 철새를 비롯한 희귀종 새를 보호하기 위해 기후 변화와 관련한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타운셴드

: “북한은 아직 기후변화와 관련한 법을 전혀 제정하지 않았습니다. 환경을 보호하고, 멸종 위기에 몰린 동물을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에서 살았던 일부 탈북자들은 북한의 심각한 토지 황폐화로 이미 많은 지역이 새들이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0년대부터 북한에서 희귀한 새의 모습이 빠르게 사라졌다면서 식량과 땔감을 얻기 위해 무자비하게 벌목을 해 새들의 서식지가 급속도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북한에서 1990년 이전까지 흔히 볼 수 있었던 까치나 딱따구리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북한은 산업화한 이웃 나라들보다 새들이 살기에는 오히려 더 나쁜 환경이라고 탈북자들은 주장합니다.

한편, 북한에는 2003년 이후 모두 24곳의 철새보호구가 지정됐으며 그 중 평안남도 문덕 철새보호구에는 180여 종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희귀한 철새들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고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