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12년형] 한국, 미국 특사파견 만류

한국은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 모 씨 문제를 고려해 미국인 여기자를 석방하기 위해 미국이 대북 특사를 파견하려던 일정을 보류해 달라고 지난 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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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두 달 넘게 북한에 억류된 유 모 씨 문제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여기자 두 명의 석방 문제를 논의하려고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려 하자, 이를 만류했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서울에 있는 외교 소식통은 "지난 주 미국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일행이 한국에 왔을 때 미국 측이 앨 고어 전 부통령을 북한에 특사로 보내는 방안을 한국 측에 알리자, 한국 정부가 유 씨 문제를 거론하며 일정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걸로 안다"고 8일 말했습니다.

이는 미국인 여기자의 억류 문제를 놓고 미북 간에 진척이 있을 경우, 소재도 확인되지 않고 있는 유 씨 문제가 한국 내 여론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여기자 두 명에 관한, 재판 결과가 나오면 즉각 특사들 파견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이 여기자에 대한 판결을 늦추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보류했습니다.

북한은 4일부터 미국 국적의 여기자 2명에 대한 재판을 열었고, 이른바 '조선민족적대죄'와 '비법국경출입죄'에 대한 유죄를 8일 확정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대변인 성명을 내고 북측의 결정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여기자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미국의 커런트TV에 소속한 한국계 유나 리 씨와 중국계 로라 링 씨는 지난 3월 17일 북중 접경인 두만강 인근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 북한군에 억류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