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장군님이 영생한다’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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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주민들속에서 '장군님은 영생한다'는 말이 유행이라는 소식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망했어도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는 현실을 조롱하는 뜻이라는데요. 최근 사법당국이 이러한 말을 퍼뜨리는 행위를 단속하고 나섰다고 여러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학습이나 강연회를 비롯해 중요 행사 때마다 주민들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생을 믿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들에는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구호가 새겨진 ‘영생탑’을 세워놓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속에서는 ‘장군님(김정일)의 영생’이라는 말이 현실을 비난하는 유행어로 번지고 있다고 여러 현지 소식통들이 주장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년 추모행사와 관련한 질문에 “지금 여기(북한)서는 ‘장군님이 영생한다’는 말이 유행이라며 “김정일이 죽었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도자가 바뀌면 국가도 뭔가 바뀌어야 하겠는데 김정일 시대나 김정은 시대가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며 그래서 김정일이 지금도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소식통도 “인민반 회의에서 매 가정세대들마다 빈병 4개와 마대(자루) 2개, 장갑 2켤레씩 바치라는 세대별 과제가 내렸는데 사람들마다 ‘언제면 이런 과제가 없어지겠냐?’며 불평이 대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의 불평을 들은 인민반장이 “그래서 ‘장군님은 영생한다’고 하지 않느냐?”며 “‘장군님(김정일)이 영생하기 때문에 세대별 과제도 영원할 것’이라고 말해 숱한 사람들의 쓴웃음을 자아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주민들속에서는 장군님이 영생한다는 말은 김정일이나 김정은이나 한 치도 다를 바 없는 인간들이라는 의미로 쓰인다”며 “김정일 정권이나 마찬가지로 김정은 정권에서도 아무 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실망감이 담겨있다”고 정리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함경북도의 소식통은 “어제 기업소 담당 보위원이 갑자기 내려와 매 종업원들을 상대로 개별조사를 진행했다”며 “조사 목적은 ‘장군님이 영생한다’는 말을 들었거나, 그러한 말을 어떤 장소에서 누구한테 들었는가였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러한 조사가 진행되는 원인에 대해 “요새 ‘장군님이 영생한다’는 말이 후계자 김정은을 조롱하는 말로 크게 유행하기 때문”이라며 “보위부가 그런 말의 출처를 조사하고 있어 자칫 많은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