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스트리아 무역사절단이 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부정적인 여론 탓에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반면 논란 속에 북한 선수단을 후원중인 이탈리아(이딸리아)의 대북 스포츠용품 수출은 1년 만에 400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5월 북한을 방문하려던 오스트리아의 무역사절단이 출발 2주 전에 방북을 무기한 연기했던 것으로 2일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코트라 비엔나 무역관은 이날 연방 상공회의소 주도로 14개 기업이 참가할 계획이었던 오스트리아의 대북 무역사절단 파견 계획이 돌연 무산됐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무역사절단은 북한 시장조사를 위한 닷새 일정의 이번 방북에서 평양국제무역박람회를 참관하고 북한 당국과 공식 면담은 물론 개성공단도 돌아볼 예정이었습니다.
방북이 무산된 공식 이유는 일정 조정이 어려웠던 탓. 하지만 장거리 로켓 발사 강행 등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싸늘해진 점이 진짜 이유라는 지적입니다. 방북 계획이 알려지자 ‘비너 자이퉁’ 등 오스트리아 주요 신문이 북한과 사업을 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내면서 여론이 악화됐다는 겁니다.
사절단의 방북이 무산되면서 지난해 평양에서 문을 연 ‘비엔나 커피 전문점’ 투자자 등 2명의 오스트리아 기업가만 개인 자격으로 방북길에 올랐습니다. 오스트리아 상공회의소 측은 4년 만에 추진됐다 무산된 방북을 내년 봄으로 예정된 평양국제무역박람회에 맞춰 다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오스트리아 무역사절단의 방북이 무산된 반면, 인접한 이탈리아의 대북 스포츠용품 수출이 지난 해 400배 이상 급증하는 등 양국 간 ‘스포츠 무역’은 긴밀해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통계기관인 유로스탯 자료(코트라 분석)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대 북한 스포츠용품 수출은 지난해 756만7천 달러 규모로 전년도(2010년 1만8천 달러)에 비해 416배나 늘었습니다. 특히 이 같은 이탈리아 스포츠용품의 폭발적인 대북 수출 증가세는 지난 해 이탈리아의 전체 대북 수출 규모가 전년도에 비해 절반 가까이 (44%) 줄어든 가운데 나와 더욱 눈에 띕니다. 2010년 0.04%에 불과했던 이탈리아 전체 대북 수출품 중 스포츠용품의 비중도 2011년에는 31.7%로 뛰어올랐습니다. 스포츠용품이 이탈리아의 새로운 대북 수출 효자품목으로 떠오른 겁니다.
코트라 밀라노 무역관은 이처럼 이탈리아의 대북 스포츠용품 수출이 지난해 급증한 원인으로 이탈리아 스포츠용품사인 레제아의 북한 선수단 후원을 꼽았습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후원사를 찾지 못해 고심하던 북한 대표팀을 후원하고 나선 뒤 북한 내 인지도가 수직 상승했다는 겁니다.
레제아는 이달 말 영국 런던에서 개막되는 2012 하계올림픽을 포함해 2015년까지 북한 선수단을 후원할 계획입니다.
레제아 관계자: 계약은 2015년까지로 레제아가 북한 대표팀에 제공하는 스포츠용품은 연간 40만 유로, 50만 달러 어치입니다. 2010년부터 5년 간 총 200만 유로, 약250만 달러를 후원합니다.
이란과 짐바브웨 선수단의 공식 후원사이기도 한 레제아의 북한 선수단 후원은 고의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소위 ‘노이즈 마케팅(구설수 홍보)’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북한을 둘러싼 구설로 오스트리아는 무역사절단의 방북이 무산된 반면, 이탈리아는 수출이 급증하는 정반대 상황에 놓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