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 최우등상’ 비리로 의미 퇴색

7월 15일, 오늘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9년 전 평양 남산고급중학교를 졸업한 날입니다. 북한은 이날을 기념해 전국의 중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7.15최우등상’ 수상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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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7년부터 제정한 '7.15최우등상'은 과학중시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태동했지만, 점차 그 의미가 퇴색하게 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중학교 5학년이 되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남학생들의 경우 이듬해 졸업하자마자 군에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재학교에 해당되는 각 시도의 제1고등중학교는 다릅니다. 제1고등중학교의 학생들은 졸업하면 대부분 대학에 바로 진학하기 때문에 대학 입학 때까지는 열심히 공부합니다. 특히 수재들은 졸업을 앞두고 북한 최고의 우등상인 '7.15최우등상' 쟁취에도 도전합니다.

'7.15최우등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남산고급중학교를 졸업한 날인 1960년 7월 15일을 기념해 지난 1987년부터 제정한 상입니다. 전 과목에 걸쳐 고른 성적이 나와야 수상할 수 있어 체육 과목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지방의 제1고등중학교 출신의 탈북자의 얘깁니다.

탈북자: (7.15최우등상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요. 진짜 특별한 사람들이 받고요. 일반 학생들이 솔직히 웬만큼 공부해서는 받기 어려운 상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집안 내력도 괜찮고 그런 학생들이 선발됩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영재학교에는 평양 제1고등중학교가 있습니다. 평양 제1고등중학교는 최고의 학교답게 당연히 ‘7.15최우등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합니다. 각 도 소재지에 있는 제1고등중학교도 수상자 배출을 위해 매년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반 중학교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로 ‘7.15소조’라는 수재반을 운영하고 ‘7.15최우등상’ 시험에 도전합니다. 수상자들은 대학 입학 시 가산점 등 특혜가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북한에서 돈 있고 권력 있는 가정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려고 ‘7.15최우등상’ 수상자로 만들기도 합니다. 탈북자들은 특히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이러한 현상이 심해져 ‘7.15최우등상’의 권위가 예전만 못해졌다고 말합니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탈북자의 얘깁니다.

탈북자: 제가 아는 애가 있었는데요. 그 애는 ‘7.15최우등상’을 받을 형편이 못 됐는데, 어떻게 안면으로 그 상을 받았습니다. 저희 대학에 그런 애들이 한 두 명씩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애는 나중에 따라 오지 못하고 1학년 때 그만두었습니다.

결국 ‘7.15최우등상’은 과학중시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태동했지만, 점차 그 의미가 퇴색하게 됩니다.

오히려 일부 특권층과 소수 영재만이 출세를 보장받는 기회로만 이용돼 애초 북한이 내세운 영재교육의 내실화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