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환전상들, 송금업무까지 손 뻗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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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은행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전역에 퍼져있는 환전상들이 전국적인 연결망을 이용해 송금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제 구실을 못하는 은행들을 대신해 암시장에서 외화를 거래하는 환전상들이 자본주의 국가 은행에서나 가능한 송금영업을 암암리에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무역을 하는 평양 주민 민 모 씨는 최근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는 사람에게 돈을 보낼 일이 생기면 주변의 믿을만한 환전상을 찾아가면 해결된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평양에 있는 김 씨가 신의주에 사는 이 씨에게 돈을 보내고 싶으면 김 씨가 평양의 믿을만한 환전상에 돈을 맡긴 다음, 그 환전상이 지정해주는 신의주의 환전상을 이 씨가 찾아가도록 해서 돈을 수령케 하는 방식이라는 얘깁니다.

“이럴 경우 돈을 보내는 쪽에서 송금액의 1%에 달하는 수수료를, 또 돈을 받는 측에서도 금액의 1% 정도에 달하는 수수료를 각각 환전상에 지급해야 한다”고 밝힌 민 씨는 “환전상이 취급하는 송금은 주로 중국 인민폐를 대상으로 하지만 간혹 조선 돈이나 딸라도 취급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이 불법 환전상들을 통해 송금업무가 가능해진 것은 북한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보급된 휴대 전화 덕분이라고 민 씨는 설명했습니다.

역시 북-중간을 오가며 보따리 무역을 하는 청진 주민 진 모 씨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주면서 “이들(환전상)을 통하면 조선 내부뿐만 아니라 중국의 접경도시들에서도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 씨는 “나 자신도 중국에 물건을 구입하러 나올 때 혜산에서 단골 환전상에 돈을 맡기고 중국 장백에서 그가 지정해주는 환전상을 찾아가 돈을 찾는다”면서 “이 경우 혜산의 환전상에 돈을 맡길 때, 그리고 장백에서 돈을 찾을 때 각각 송금액의 1%씩 도합 2%의 수수료만 주면 해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방법을 쓰지 않고 자신이 직접 현금을 지닌 채 중국에 나오려면 출국 때 북한세관직원에게 사업(로비)을 하려면 적어도 금액의 10% 이상을 뇌물로 고여야 한다는 것이 진 씨의 말입니다.

이처럼 환전상들을 통해 송금하는 경우 “자칫 잘못하면 돈만 떼일 수 있는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정말 믿을만한 환전상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의 환전상을 통한 송금은 “평양을 중심으로 청진, 함흥, 신의주, 평성 같은 상업 활동이 활발한 큰 도시들에서만 가능하고 소규모 영세 환전상이 주로 활약하는 소도시 지역으로는 송금이 어렵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소식통들은 그러면서 “환전 수수료가 저렴한 편이지만 송금으로 얻는 수수료 소득은 환율 변동과 상관없는 짭짤한 소득이기에 환전상들은 당국의 단속을 피해 가며 고객 늘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