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요동치는 환율에 중국 의심

0:00 / 0:00

MC:

북한의 환율이 가파른 상승과 급락을 거듭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을 흔들고 있습니다. 환율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속에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크게 번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11월 한 달 동안 끝 모르게 상승하던 환율이 최근에는 연이어 하락하면서 북한 장마당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폭리를 취한 환전꾼들과 장사밑천을 잃은 장사꾼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장마당을 중심으로 “중국이 고의적으로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특히 이러한 소문이 국경지역 도시들에서 거의 동시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외환(환전) 소동은 중국이 일으킨 것”이라며 “중국이 우리(북한)나라 경제를 자기나라에 예속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주장하는 분명한 증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온 장마당에 다 그렇게 소문이 났다”며 “중국이 고의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돈대(환율)가 요동칠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에서 환전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불과 며칠 전까지 1천 원대를 넘어섰던 환율이 오늘(14일) 아침에는 (중국인민폐 1위안 당) 610원까지 폭락했다”며 “돈대가 더 떨어질 것을 예산해 570원에 받아(매입해)서 610원에 내고(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는 소문과 관련해서 양강도의 환전상은 “최근 중국 장사꾼들이 인민폐를 많이 풀면서 환율이 급속히 하락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왜 이런 유언비어가 도는지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해마다 연말이면 보위부 외사과나 세관들에서 연말 총화를 위해 12월 중순부터 중국 장사꾼들을 모두 내보낸다”며 새해 1월 20일 경에나 업무를 다시 시작하는데 내년은 음력설이 빠르기 때문에 2월 16일이 지나야 중국 장사꾼들이 다시 들어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연말 결산을 위해 12월 중순에는 철수해야 하는 중국 상인들이 음력설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까지 보낸 후인 2월 20일 경에야 다시 들어 올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현재 보유하고 있던 인민폐를 한꺼번에 풀고 있다는 게 환전상의 설명입니다.

중국 상인들이 환전꾼들을 통해 서둘러 북한 돈으로 바꾸는 이유는 최근 북한 당국이 외화 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과 무관치 않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내년부터 인민폐의 사용을 금지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다 북한이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하면서 상업망을 통한 공업품(생필품) 등 주민공급을 확대할 경우 북한 돈의 가치가 상승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는 환율 때문에 장마당의 가격혼란은 한동안 계속 될 것이라고 대부분의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함경북도의 소식통도 환율 파동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의 환율조작설에 대해 의문을 감추지 못하면서 “민심이 소란해질 때마다 윗선(북 당국)을 두둔하는 유언비어가 항상 돌았다”며 “도대체 이런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근원이 어디인지 궁금하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